미국의 중식당에 가면 식사 후 디저트로 포춘 쿠키 (Fortune cookie)가 나옵니다.  그냥 별 맛 없는 달달한 과자인데요, 그 과자를 부수면 아래 그림처럼 명언이나 행운을 비는 메세지등이 들어 있는 종이가 나옵니다. 대개는 좋은 이야기들만 들어 있죠.

Fortune cookie
Image 출처: jezebel.com

아래의 두 메세지는 제가 먹은 포춘 쿠키에 들어있던 것들인데, 제 책상에 테이프로 고이 붙여놓은 거에요. 두 개 중에 아래에 있는 메세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려 합니다.

위에 있는 메세지에 비해 아래에 있는 메세지는 색도 누렇게 바랜 것이 오래되어 보이죠?  “Soon, you will receive pleasant news – 곧 좋은 소식이 있을거야” 약 1년 전인 2014년 가을에 책상에 붙여놓은 것입니다. 그 때 저희 회사 NanoCellect가 본격적으로 외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기 시작한 때였거든요.

TwoMessages

아시다시피, 저희 NanoCellect는 2009년 12월, 법인 설립이래로 외부 투자를 한 푼도 받지 않고 약 4년간 성장해 왔습니다. 바이오테크 하드웨어 스타트업으로서는 꽤 독특한 모델인데요, 제 블로그 초기에 소개드렸던 미국 정부의 SBIR (Small Business Innovation Research) 프로그램을 통해 2015년까지 지금까지 약 $6.5 million (한화 약 75억원)의 펀딩을 받아서 엔젤투자나 벤처캐피털 투자 없이 회사를 이끌어올 수 있었죠. 75억원이면 보통 스타트업의 시리즈 A 투자 혹은 그 이상에 해당되는 큰 돈인데, 이 돈으로 저희 회사가 지분 희석을 감수하면서 외부 투자받을 필요 없이 초기 R&D를 수행하고 최소기능제품 (MVP: Minimal Viable Product) 개발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4년 중반 정도부터 SBIR 말고도 외부 투자를 유치해야겠다는 생각을 조금씩 (강하게) 하게 되었습니다.

첫번째 이유는 저희가 NIH (미국립 보건원)의 SBIR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는 펀딩을 거의 다 받았기 때문입니다.  SBIR은 보통 Phase II 에서 그 지원이 끝납니다. Phase I (9개월)에서 feasibility test 하는데 20만달러정도 주었고, Phase II (2년) 통해서 10-20억정도 지원해 주었으니, 그 이후는 제품을 팔아 회사를 꾸려가던지 외부의 투자를 유치하라는 것이지요. 독립하라는 것입니다. 언제까지 밑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정부에서 지원해줄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회사가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Phase II가 끝나는 2015년 말 ~ 2016년 중반 사이에 투자를 유치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지요.

두번째 이유는 Phase II Bridge funding을 신청해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제 블로그에서 소개드렸는데, Phase II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회사들이 투자를 유치할 경우 NIH에서 1년에 최대 1백만 달러까지, 3년간 최대 총 3백만 달러를 ‘1:1 매칭’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예를 들어, 저희 NanoCellect가 3백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후 NIH의 Phase II Bridge funding에 신청하여 선정된다면 저희 회사는 NIH로부터 3년간 추가 3백만 달러의 펀딩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NIH의 SBIR 펀딩은 ‘loan’이 아니고 회사의 지분을 가져가지 않으니 위의 시나리오대로 된다면 저희는 투자자에게만 3백만 달러에 해당하는 지분을 주고 실제로는 6백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게 되는 셈이 되는 것이지요. 2014년 NIH산하 NCI (국립 암센터)에서는 Phase II Bridge로 총 10개 스타트업을 선정하여 매년 1백만 달러씩, 총 1천만 달러를 3년동안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아마 내년에도 비슷한 규모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외부 투자를 유치를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쉽게될 줄 알았습니다. 아이디어만 가지고 막 시작하는 회사도 아니었고, 4년 넘게 운영해 온 회사인데다 NIH에서 Phase I, II 받아 초기 시제품(prototype)도 만들어 놓았고 데이터도 잘 나오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저희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실 Interim CFO도 모셔왔고, 그 분 조언대로 실리콘밸리 뱅크에 의뢰해서 저희 회사의 가치 산정도 받는 등 모든 준비들은 계획대로 잘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투자를 받기 위해 투자자를 만나다보니 투자 유치는 저희 예상보다 훨씬 더 어려웠습니다. 가혹한 현실에 맞닥드리기 전까지 막연히 갖고 있었던 장밋빛 기대가 무너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더라구요.

투자자들이 거절한 데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었을텐데요, 가장 큰 이유는 저희 회사 제품이 진단이나 치료 (diagnostics, therapeutics)쪽이 아니고 연구 개발용 장비 (RUO: Research Use Only)이다 보니 시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벤처 캐피털들에게는 크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게다가 저나 저희 공동창업자들 모두 이 회사가 첫번째 스타트업인데다, 모두 박사학위 받자마자 혹은 포스닥 과정 중에 바로 뛰어들었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track record가 부족하니 리스크가 커서 주저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투자자를 만나는 것은 CEO인 호세가 맡아서 했는데 마음 고생 많이 했습니다. 가끔씩 투자자의 요구로 저도 동석하곤 했는데 정말 똑똑하고 통찰력 있는 투자자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 하고 그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은 쉽지 않더라구요.  참 힘들었던 그때, 미팅에서 또 다시 거절 당한 후 돌아오는 길에 들른 중식당에서 식사하고 뜯은 포춘 쿠키에서 나온 저 메세지가 너무 반갑고 고맙더라구요. 평소 같았으면 대충 보고 버렸을텐데 그 땐 저 메세지 (“Soon, you will receive pleasant news” )가 너무 고맙고 위안이 되어 회사에 가져와 책상에 붙여놓았습니다.불안하고 감정적으로 날카로워질 때도 많았었는데 그때마다 저 메세지를 보며 마음의 위안을 받곤 했었습니다 🙂

약 1년 동안 저희 회사는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엘에이 등을 돌아다니며 투자자를 만나 진짜로 백 번이 넘게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같은 횟수만큼 거절당했습니다. 그 사이 이런 저런 채널을 통해 우리가 아는 어느 누구는 수백만불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하고, 큰 회사에 M&A되기도 하는 등의 뉴스를 접할 때면 그 초라해지는 느낌을 감당하기 힘들더라구요. 특히 올해 4월 경에는 잘 될 듯 하던 deal이 termsheet 교환까지 마친 후 흐지부지 되었을 때는 정말 ‘돈이 통장에 들어오는 순간까지는 투자받은 것이 아니라더니,  이제 정말 여기까지인가’ 싶기도 하더군요.

그러던 중, 저희가 6월 말에 스코틀랜드에서 제품 전시회를 잘 마치고 돌아온 후에 몇몇 투자자 및 회사들로부터 미팅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그 중 가장 관심을 보인 엔젤 투자자들과 7월 말에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하여 8, 9, 10월 3개월 간 Due diligence (실사, 심사)를 거치며 투자자들의 갖가지 요구 사항을 맞추고 추가 실험도 하여 11월 초에 마침내 클로징을 하게 되었습니다. 투자금이 회사 통장에 들어온 것을 확인했을 때의 희열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 (CEO 호세가 일요일 새벽에 한 3시간을 온라인 뱅킹사이트에서 Refresh 버튼을 누르고나선 돈이 들어온 것을 보고 바로 이메일을 보내줬죠)

그렇게 바라던 첫 투자를 받은 것도 좋지만, 그것보다 개인적으로는 거의 1년 반 가량을 불안한 상황을 감내하고 함께 고생하면서 저희 팀이 내부적으로 굉장히 결속력이 강해진 것이 가장 큰 소득입니다. 자신감도 많이 늘었구요. 고생을 함께 한 사람들 만이 공유할 수 있는 그 유대감. 스타트업에서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것일지도 모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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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동료들과. 왼쪽부터 CEO 호세, CTO인 저, COO인 윌리엄

투자를 받은 덕에 풀타임 엔지니어를 3명 더 채용할 수 있었고, 그 동안 마켓 밸류보다 조금 낮았던 월급도 올려줄 수 있었고, 의료보험까지 회사에서 지원해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저희 회사에 투자한 엔젤 투자자가 저희의 코치가 되어 도움이 되는 조언들을 해주고 Product Development에 경험이 많은 베테랑 컨설턴트도 소개해주어 정말 많은 실전 노하우들을 배우면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투자자의 역할이 단순히 돈만 대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깨닫고 있습니다.

사족1) 이 글 처음에 보여드린 사진에서 포춘 쿠키 메세지가 하나 더 있었죠. “Things are not always what they seem. It’s not that bad!”  시리즈 A 낭보가 전해진 지 2주도 채 되지 않아 저희가 NIH에 제출한 SBIR 제안서가 거절되는 비보가 동시에 들어왔습니다. 그 날 점심을 중식으로 했는데, 저 메세지가 나왔길래 책상에 붙여놓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2편에서 자세히 들려드릴게요 🙂

사족2) 시리즈 A 펀딩 클로징을 한 후 투자자들과 공식적으로 인사하는 자리에서 사업 경험이 별로 없는 저 같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Jim Collins의 Good to Great과 Tom Kelly의 Creative Confidence를 추천해주네요. Good to Great은 박사과정중이던 10여년 전에 읽었었는데, 다시 펼쳐보고 있습니다. 경험이 쌓인 후에 읽으니 전에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네요. Tom Kelly 책은 제가 워낙 좋아해서 여름부터 읽고 있었는데, 좀 더 자세히 읽어보아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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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회사 투자자들이 제게 일독을 권한 책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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