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NanoCellect 가 얼마전에 받은 시리즈 A 펀딩에 이어 후속 투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여러 투자자들과 미팅을 계속하고 있다. 몇 년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VC나 엔젤 투자자들 사이에 네트워크가 촘촘하게 얽혀 있어서 자기들끼리 서로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듯 하다. 하긴 하루에 수천 개의 스타트업이 생기는데 투자자들이 그 많은 회사들을 일일이 다 만날 수가 없으니 네트워크를 동원해서라도 1차 스크리닝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반대로 스타트업들도 나름대로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VC나 엔젤 투자자들의 정보를 공유한다. 꼭 선량한 투자자만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잘못된 투자 받았다가는 오히려 안 받으니만 못할 수도 있으니까. ‘평가’는 이렇게 양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우리 회사에 투자한 VC인 FusionX가 우연히 샌프란 시스코의 한 VC와 우연히 연락이 닿았는데, 그 VC를 창업한 사람 F가 나의 박사과정 지도교수님 (이자 우리회사 co-founder & scientic advisor)의 제자였다고 한다. 나의 지도 교수님은 UCSD에 2000년에 오시기 전, Cornell 대학에서 10여년 간 교수 생활을 하셨는데,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이 친구  F와 첫 스타트업을 만들어서 2004년에 회사를 매각하였다. 물론 F, 교수님 모두 돈은 벌지 못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

아무튼, 말이 나온 김에 F에게 우리 교수님에 대한 Reference를 부탁했더니 아래와 같은 답이 왔다. F가 보낸 이메일을 다 옮기진 못하지만, 조금만 공개하자면

Good lord. The world is a Nano-small world. He was my PhD advisor at Cornell. He and I started our first companies together. (중략…) He’s a genius and an ultra creative guy !!!!!

(세상에! 세상 정말 좁구만요! (Nano-small). 그 분은 제가 코넬에 있을 때 박사과정 지도교수였고, 저와 함께 첫번째 회사도 시작했었죠…. 교수님은 진짜 천재적이고 굉장히 창의력이 뛰어난 분입니다)

이메일의 마지막은

“His involvement is about the only due diligence item I need !!!”으로 끝난다.

바꿔 말하면 우리 지도 교수님이 관련된 회사라면 이순재 아저씨 마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투자하겠다는… 이보다 더 강력한 메세지가 어디 있을까.

묻지도 따지지도.jpg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이 이메일을 보신 교수님께서 나를 부르시더니 하신 말씀. “성환, 너도 한 10년후에 누군가 나에 대해 물어보면 저렇게 대답해줘야 한다, 알았지?”  그래서 나도 “물론이죠. Cornell만 UCSD로 바꿔서 쓰겠습니다”라도 대답했다. F가 쓴 이메일의 내용에 나도 거의 대부분 동의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신용도 (credit)이나 명성 (reputation) (professional, personal 모두)이 정말 중요한데, 그것은 결국 타인의 reference를 통해서 평가된다. 내가 아무리 ‘내가 말이야 이 분야에서 방귀 좀 뀌는데…’ 라고 말해봐야 아무도 믿지 않는다. Linkedin만 조금 뒤져 보아도 웬만한 사람들에 대한 reference check을 하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

더 중요한 점은 (더불어 무시무시한 점은) 나의 상사, 윗사람 만이 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전/현 직장에서 나의 동료들이나 제자들, 혹은 후배들 등 나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나를 평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동료나 제자/후배들이 주는 평가가 때로는 더 적나라하고 정확할 지도 모른다.

과연 10년 후에 나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어 있을까?

샌디에고 쪼박

  • 추가: F는 첫 회사의 CEO였는데 VC에 의해 결국 교체되었고, 회사가 매각된 후에도 돈은 벌지 못했다. 그 후 다시 회사를 창업하여 이번에는 VC투자 없이 SBIR이나 정부 과제등을 이용하여 회사 지분 희석 없이 10여년간 회사를 운영하다 2년여 전에 다른 회사에 M&A되면서 큰 돈을 벌었다. 그리고 지금 세번째 회사를 창업하면서 동시에 VC도 시작했다고 한다. 첫번째 회사에서 자기가 채용했던 Cornell시절 대학원생들, 포스닥들을 자기 손으로 Lay-off해야 했었는데 두번째 회사를 운영하면서 그 중 상당수를 불러들여 가족과 같은 회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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