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13만 8천달러 (한화 약 1억 6천만원)에 육박하는 테슬라의 SUV ModelX가 잦은 고장으로 고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는 기사가 테크 크런치에 실렸다. 2015년 9월에 출시된 Model X는 세단인 Model S와 견줄만한 승차감, 3.2초의 제로백, 뒷좌석에 장착된 Falcon wing door, 생화학 무기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공기 정화기능 장착 등 숱한 화제를 뿌리며 비교적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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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la의 SUV 인 MODEL X (이미지 출처: TechCrunch)

기사를 읽어보면 재미있는 점이 있다. 배터리 수명이나 오토 파일럿과 같은 테슬라만의 특별한 성능에서 발생하는 문제일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운전석이나 조수석 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는다거나 창문이 안 열리거나 안 닫히는 등의 ‘자잘한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정 모델에서는 뒷좌석의 Falcon wing door가 자동으로도 안 닫히고, 이를 수동으로 직접 닫으려 해도 latch가 걸리지 않는 결함도 보고되고 있다. 벤처 캐피탈리스트인 Byron Deeter는 차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한 손으로는 운전석 문을 잡은 채로 운전해서 간신히 중요한 미팅에 참석할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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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ModelX의 소유주 Byron Deeter의 트윗

뿐 만 아니라, 테슬라의 운전석 옆에 있는 큰 스크린(infotainment screen)이 이유없이 얼어 버리기도 한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자잘해 보이지만, 운전자의 안전과 관련된 심각한 이슈이다.

안그래도 최근 대박 히트를 쳤던 Tesla의 보급형 전기차 (3만 5천 달러) Model 3 선주문 관련하여 대량 제조 경험이 부족한 테슬라의 납기 준수와 품질관리에 우려를 보이는 시각이 있는데, Model X에서 발견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지 궁금하다.

아래는 테크 크런치 기사에 소개된 Byron Deeter의 인터뷰 중 발췌한 내용이다. 엔터테인먼트 기기에서 자잘한 에러가 나는 것과 자동차에서 에러가 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라는 말이다. 전자는 좀 짜증만 나고 말지만 (물론 이것도 굉장한 감정소모이기는 하다), 후자의 경우는 내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에서 소프트웨어의 성능 향상이 매우 중요하고 그것이 Tesla의 강점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자동차로서 가장 중요한 안전 문제와 품질 관리를 소홀히 하면 안 될 것이라는 것이다.

Still, he notes, putting up with a glitch with a new entertainment device is one thing; it’s a rather different story when the newest gadget to fail you is your car…”It’s definitely a reminder that quality control with human mobility and safety is critical,” says Deeter.

‘안전 (Safety)’ 과 ‘품질 (Quality)’

개인적인 견해로는, 소프트웨어적인 마인드로 하드웨어나 바이오테크 산업에 뛰어들 때, 이 쪽에서도 ‘Lean startup‘ 방법을 써서 일단 MVP (Minimum Viable Product)를 시장에 내놓고 고객의 반응을 살펴 봐가며 개선하면 기존의 방법보다 훨씬 더 빨리 제품을 개발하여 제품을 출시하고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게 말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Tesla와 같은 자동차 메이커를 예로 들어본다면, 제로백이나 승차감 같은 기능이 분명 중요하며 고객이 제품을 구매할 때 고려하는 사항들이긴 하나, ‘운전자와 동승자의 안전’에 관련된 이슈들을 100% 완벽하게 해결하기 전에는 제품을 출시하지 않아야 한다. 운전 중에 문이 완전히 닫기지 않거나, 주행 중 오토 파일럿 모드가 갑자기 멈춘다면 운전자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즉, 안전에 관련된 부분에서는 MVP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견해이다. Minimum safety라는 말이 있을 수 있나? 안전에 관련된 성능을 베타 테스트 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짓이다.

다행이 운전자의 생명에 위협을 가할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문제가 있는 부품을 새로 교체한다는 것은 대부분 그 부품이 들어간 모듈 혹은 그 이상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는 것과 같다. 이를 위해 부품을 다시 조달하고, 판매된 제품을 다시 수거하여 교체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자칫 어설픈 제품을 출시했다가는 뒷처리에 몇 곱절 비용이 들 수 있다. 소프트웨어처럼 앱스토어등을 이용하여 손쉽게 큰 비용 안 들이고 업그레이드 버전을 배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품질 관리 (QC)를 대충하고 MVP 제품 내놨다가 자칫 불량이라도 발생하면 불량품 회수하고 다시 만들어서 줘야하니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 막는 꼴’이 될 수 있다. 왜 많은 제조업체들이 QC에 그 많은 돈을 쓰고 어쩔 때는 출시일도 몇 주 씩, 몇 개월 씩 미루는지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제조업 중심의 하드웨어 회사가 소프트웨어 산업에 진출하는 것이 매우 어렵듯이, 그 반대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품질 관리’와 ‘안전’에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므로 많은 경우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데, 이 간극을 이해하는 것이 처음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뭐든 남들이 하는 것은 쉬워보이고, 프로젝트의 디테일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모든 것이 간단해 보이는 법이다. 하지만,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면 계획한대로, 밖에서 봤던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내부에서 개발할 때에는 lean startup의 방법론을 적용하여 개발할 수 있겠으나 첫 제품을 출시할 때 ‘안전’ 과 ‘품질관리’ 측면에서 이슈가 발견되면 그 즉시 모든 프로세스를 멈추고 이슈를 해결하는데 집중해야한다.

샌디에고 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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