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San Diego State University 부근에서 중요한 미팅이 있었다. 초행길이라 미팅에 늦을까 싶어 서둘렀더니 조금 일찍 도착했다.  미팅 시작까지 한 30분 정도 남아서 커피나 한 잔 하자는 생각에 Yelp 앱을 켜고 주변에 있는 커피샵을 검색했더니, City Heights Coffee House (CHCH) 라는 곳이 한 블럭 떨어진 곳에 있다고 알려주었다. Yelp에 20여명이 리뷰를 남겼고, 별이 4개 반. 리뷰수가 조금 적은 편이긴 한데 이정도면 뭐 나쁘지 않겠지, 스타벅스보단 낫겠네 싶어 무작정 찾아갔다.

후미진 뒷골목의 커피샵 City Heights Coffee House

헌데, 이 곳은 진짜 커피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아주 후미진 골목 중간에 위치해 있어서 구글맵을 켜고서도 길을 헤멘 끝에 겨우 찾을 수 있었다.  Thrift Shop이라고 중고품을 파는 굉장히 허름한 가게 뒤에 있는 ‘더 허름한’ 주차장을 개조한 것이라서, 눈에 잘 띄지도 않거니와 만약 대낮이 아니라면 일부러 찾아가기는 꺼려지는 위치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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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스트리트 뷰 사진. 이 좁은 골목으로 10여미터 들어가면 오른쪽 주차장에 CHCH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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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봐서는 도무지 커피샵이 있을거라곤 상상하기 힘들다.

그래도 구글맵을 믿고 골목을 따라 10여 미터 정도 들어가면, 아래 사진에서처럼 골목 중간에  “You Found Us!”라는 팻말이 손님들을 맞는다.  왼편에 주차장이었던 듯 한 자리에 커피샵이 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화창한 날씨에 길을 좀 헤맸더니만 목이 말라서 아이스 라테 Large 사이즈를 하나 주문했다. 얼굴에 웃음을 띈, 친절하고 수다스런 바리스타가 에스프레소 샷을 3개나 넣어서 만들어 주었는데 커피 맛이 깊고 아주 훌륭하다.  라테는 잘못 만들면 우유맛이 커피맛을 완전히 가려버리는데, 여긴 그렇지 않다. 일단 좋은 원두를 쓰는 것이 분명하고, 사장이 바리스타 교육을 아주 잘 시켰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면서 천천히 커피샵 내부를 둘러보는데, 재미있는 것이 눈에 띈다. 한 잔에 $3-$4 정도 하는 커피를 제 돈 내고서 마실 수 없는 사람들 (아마도 홈리스들이 주 대상이 아닐까 싶다)을 위해 여유가 있는 손님들이 자발적으로 커피값을 미리 지불할 수 있도록, 즉 “Pay it forward”를 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손님이 누군가를 위해 커피값을 미리 지불해 놓고, 나중에 커피 한 잔 마시는 호사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와서 커피 한 잔 달라고 하면 CHCH 에서 그 사람에게 무료로 커피를 주는 것이다. 언젠가 신문기사에서 이탈리아 소도시의 작은 커피샵에서 이런 시도를 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샌디에고에도 이런 커피샵이 있다니!

Be a Pal. Pay It Forward. Buy a coffee for someone who can’t afford the lux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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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y It Forward!  내가 갔던 날, 이미 26잔이 누군가를 위해 적립되어 있었다.

칠판을 보니 다른 손님을 위해 미리 Pay it forward 된 커피가 이미 26 잔이나 적립되어 있었다. 아, 감동 감동 또 감동. 후미진 주차장 한 구석에서 커피샵을 열어 이웃들과 커피를 나누고 선의를 베풀고자 하는 사장님, 그리고 그 분의 선의에 호응하는 고객들이 저렇게나 많다는 것, 저런 사람들과 같은 커뮤니티에 산다는 것이 참 기분 좋은 하루였다. 별 기대없이 냉커피 한 잔 하려고 들어온 커피샵에서 예상치 못한 큰 가르침을 받고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 미팅에 참석할 수 있었다.

City Heights Coffee House에 숨겨진 이야기

미팅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볼수록 CHCH 의 사장님이 누구일까, 왜 이 사업을 시작했을까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San Diego에 좋은 장소가 널렸을텐데, 하필이면 약간 위험해 보이고 후미진 주차장 구석에다 커피샵을 내고서 고객들에게 커피값을 Pay It Forward 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것일까?  아무래도 보통 사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집에 돌아오자 마자 인터넷에서 City Heights Coffee House 홈페이지를 찾아 접속해 봤다.

아니나 다를까, 보통 커피숍과는 모든 면에서 다르다. 일단 ‘비영리 (non-profit)’ 커피샵이다.  커피를 파는 곳이 ‘비영리’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헛소리가 아니라, 아래 홈페이지에서 긁어온 그림에 나온 것처럼 미국 국세청 (IRS)에 정식으로 등록된 501(c)(3) 비영리 단체 (non-profit organization)이란다.  더 놀라운 것은 홈페이지에서 기부도 받는데, 기부받는 돈 100% 전체가 비영리 사업에 사용된다는 것이다. 창업자를 포함한 핵심 멤버들은 자기들 월급을 알아서 해결하던가 아니면 자원봉사자로서 일한다는 것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도대체 사장이랑 핵심 멤버 (Core Staff)란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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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커피샵이라 기부를 할 수 있다. 기부자에겐 100% 세금 공제도 된다.

커피를 팔아서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이 사업을 왜 하는 것일까? 홈페이지를 계속 뒤져보니,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이 지역 소외 계층 (marginalized citizens)이 직업을 찾고 이 공동체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함이라고 한다.

All proceeds help provide jobs for, and foster relationships among, marginalized City Heights citizens.

이 특이한 비영리 커피샵은 2016년, David Tran, Sterling Nicole, Lonny Cheuk 세 세람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는데,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Sterling Nicole이 Bird Rock Coffee Roaster라는 커피샵에서 일하면서, (어떤 계기 혹은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커피가 의미있는 방식으로 한 사람의 삶을 복원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Sterling worked at Bird Rock Coffee Roasters and had a passion to see coffee restore lives in a meaningful way

그래서, 커피샵을 운영하면서 소외계층이 직업을 갖고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는 것을 도와주자는 뜻에 의기 투합한 공동 창업자 3명이 우선 $15,000 (약 1천 7백만원)을 모은 후, 허름한 중고품 가게 뒷편 주차장을 빌리고, 자신들과 뜻을 함께하는 자원봉사자들을 모아 비영리 커피샵인 City Heights Coffee House를 시작했다. 소외 계층이 직업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자는 설립 목적에 맞게 처음 고용한 두 명은 샌디에고 소년원 출신 (San Diego Juvenile Hall detainees)이라고 한다. 얼마전에는 사우디 아라비아 출신의 난민도 고용했으며, 요즘에는 고용된 직원들을 위해 직업 훈련 및 세미나들도 연다고 한다.  (자기들은 돈 안 받고 일하지만 직원들은 월급 챙겨준다고 한다.)

창업자들과 핵심 멤버들은 자기 월급은 알아서 해결하고, 이들의 뜻에 공감하는 지역 주민들이 기부와 자원봉사로 도움을 주고 있으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갖지 못한 이웃을 위해 기꺼이 Pay it forward를 하는 다수의 고객들이 이 허름하고 조그만 커피샵을 지탱해가고 있다. 즉, CHCH는 내가 보기에 커뮤니티 내 소외 계층을 위한 일종의 사회적 스타트업이며 창업자부터 자원봉사자, 고객들이 모두 이 신기한 스타트업의 성공을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CHCH를 이런 식으로 운영하여 지속적으로 수익이 나면, 2017년 말이나 2018년 초에 지금 자리에 작은 건물을 짓는 것이 다음 목표라고 한다.  꼭 성공해서 그 CHCH가 선한 목적을 달성했으면 좋겠다.  나도 아내와 아이들 데리고 자주 찾아 가서 이 프로젝트의 성공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싶다.

”Each cup is our call to a life of significance,” says David.

우리가 파는 커피 한 잔은 삶의 소중함을 향한 우리의 소명이다.  창업자 David Tran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관련 기사This New City Heights Coffee Shop Is Also a Nonprofit (San Diego Magazine)

  • 샌디에고 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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