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고에 본사가 있는 Wireless communication 관련 연구 및 개발 기업 Qualcomm은 UCSD 전자과 교수였던 Irwin Jacobs가 1980년대에 설립하여 셀폰, 스마트폰의 성장과 맞물려 빠르게 성장하면서 샌디에고가 다소 따분한 서핑 타운 (sleepy surfing town)에서 하이테크 클러스트로 변모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 회사이다. (샌디에고를 떠받치는 또다른 분야인 바이오테크, 생명공학도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UCSD 교수들이 공동 창업했었던 Hybritech이 있다. 이 두 회사가 설립된 시기도 비슷하다.)
올해 초에 Broadcom이 Qualcomm을 적대적 M&A 하려고 시도하였다가 결국 수포로 돌아간 사건이 있었다. 그 때, Qualcomm의 임직원은 물론이고, 샌디에고의 많은 단체들과 구성원들이 Broadcom의 Qualcomm을 인수에 대해 샌디에고 커뮤니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 우려하는 기사가 많이 나왔었다.
San Diego Faces Its Future as a Tech Hub Without Qualcomm as Anchor
“The CEO of Broadcom doesn’t spend money on R&D,” said Greg McKee, who heads Connect, a San Diego nonprofit organization that promotes innovation and entrepreneurship. “So I think it’s a huge negative in the short run.”

자, Qualcomm이라는 회사가, 그리고 그 회사의 창업자인 Irwin Jacobs가 샌디에고의 커뮤니티에 끼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였기에 한 회사의 M&A 루머에 전체 커뮤니티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결국 M&A가 무산되었을 때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일까? 도대체 Qualcomm이 샌디에고 커뮤니티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Qualcomm이 창립된 1980년대 초부터 2018년 현재까지 Qualcomm과 Irwin Jacobs가 샌디에고 커뮤니티에 기여한 바를 한 번 정리해 보자. 그러면 왜 샌디에고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Broadcom의 M&A 시도에 부정적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Irwin Jacobs는 Qualcomm CEO로서 재임중에는 물론, 2006년 CEO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샌디에고의 각종 단체에 꾸준히 기부를 해왔다. 일단 대표적인 것들만 간추려 적어본다.
[1]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UCSD)
– 2001 년부터 UCSD 공대에 기부금과 연구 그랜트로 $54 million (600억원) 을 지원. Qualcomm 창립초기인 1980년대부터 Irwin Jacobs와 부인 Joan Jacobs의 이름으로 기부된 돈까지 합치면 현재까지 $284 million (3천억원!)에 달한다. 그래서, UCSD 공대는 ‘Jacobs School of Engineering’이다.
– 위와 같은 금전적인 지원에 더해, UCSD 공대의 전자과를 졸업한 석사, 박사 인력의 상당수가 Qualcomm에 취직을 하는데, 이는 UCSD 공대의 랭킹 상승을 가져오고, 우수한 교수진을 구성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우수한 교수나 학생들이 UCSD를 선택하는 주된 요인이 된다.
– Irwin/Joan Jacobs는 UCSD Foundation의 이사회 의장으로서 공대 뿐 아니라 UCSD 병원 신설에도 $100 millin (1100억원)의 기부금을 쾌척하여 얼마전 Jacobs Medical Center가 설립되었다.
[2] Salk Institute
– Irwin Jacobs는 Qualcomm CEO 에서 물러난 이후 Science 지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샌디에고의 대표적인 의학연구소 중 하나인 Salk 연구소에도 수백억원을 기부하고 10년 넘게 Chairman으로 활동한 후 지금은 Chairman Emeritus로 활동 중이다. 그 유명세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인 Salk 연구소에 수백억원의 기부금은 종합대학 수준에 버금간다.
– Jacobs는 Salk 연구소 내의 교수들 중에서, Qualcomm Endowed Chair를 한 명 선발하여 연구 그랜트로 $1million (약 10억원) 준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20명의 Qualcomm Endowed Chair에게 $1 million씩 총 $20million (약 200억원)의 연구기금을 지원한다. 그러면 샌디에고의 다른 기부자나 단체가 Matching Fund를 줌으로서 훌륭한 Salk의 연구진들이 하고 싶은 연구, Risk가 큰 연구들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 Salk 교수나 연구원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 연구를 해야하는데 연방 정부 그랜트 따느라 시간을 허비하거나, 정부 그랜트를 못따서 연구를 시작하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Salk Innovation Fund도 조성하여 Salk가 Cutting Edge Research를 선도할 수 있도록 하였다.
“Somebody comes up with a new idea, you can’t raise federal money for it right away, how do we manage to get that started?” Irwin Jacobs said.
–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펀드레이징의 귀재로 유명한 전 Johns Hopkins 대학의 William Brody를 Salk의 President로 스카우트하였는데, 그가 부임한 2009년 이후로 Salk는 $330 million (3천 5백억원) 규모의 펀드를 끌어모았다.

[3] San Diego Symphony
– San Diego Symphony는 2000년대 초반, 부도위기에 몰렸었는데, Irwin/Joan Jacobs가 2012년에 $120 million (1천 300백억원)을 기부하여 극적으로 회생할 수 있었다.
[4] EvoNexus (비영리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 Qualcomm이 Broadcom에 인수된다 했을 때 가장 불안감에 떨었던 기관 중의 하나. EvoNexus는 다른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와는 달리 입주하는 스타트업에게 장소 rent비도 받지 않고, 지분도 요구하지 않는다. Qualcomm, ViaSat, Irvine Company와 같은 San Diego 메이저 회사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운영해왔는데, 그 중 Qualcomm이 가장 큰 스폰서이다.
이에 반해, Broadcom CEO인 호크 탄은 R&D에 투자하지 않고 오로지 ‘매출 (Revenue)’에만 신경쓰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래서 월가에서 이 사람을 좋아한다고 한다).
Referring to a Wall Street Journal profile of Broadcom CEO Hoc Tan, McKee added, “His M.O. is to merge, strip out the R&D, and grow the top line [revenue.] The Street loves that guy.”
따라서, Broadcom이 인수하게되면 EvoNexus는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부터 EvoNexus에 입주하는 스타트업들에게 18개월간 장소제공 및 멘토링, 투자주선 등의 대가로 일정 지분을 요구할 것이라는 계획까지 세웠다는 소식이 들렸었는데 M&A 인수 무산으로 다행이 EvoNexus는 일단 한시름 놓은 것으로 보인다.
[5] 그 외에도 Jacobs 개인으로 수많은 미술관, 박물관, 소규모 음악회장등에 수백만달러를 기부했다. La Jolla나 Balboa Park에서 걷다보면 Jacobs가 이 외에도 수억원 정도의 ‘소액‘을 기부한 기관과 단체들이 수없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6] Qualcomm 또한 기부금 매치등의 형식으로 자사 직원들의 기부를 장려한다. 얼마전에 있었던 FIRST Robotics Competition San Diego 예선도 12년째 Qualcomm이 주 후원자로 후원중이다. 호크 탄의 Broadcom이 Qualcomm을 인수하게 된다면 이런 community outreach 활동들이 비용절감이라는 미명 하에 상당히 위축될 것임은 분명했다.

[6] 개인적으로는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High Tech High/Middle/Elementary Charter School (Gary and Jerri-Ann Jacobs High Tech High.)도 Irwin Jacobs의 큰아들인 Gary Jacobs가 2000년대 초반에 실험적인 Project Based Learning (PBL) 교육 과정을 도입하여 시작한 학교인데, Qualcomm이 Broadcom에 인수된다면 이 학교들도 당장 예산걱정을 해야할 처지였었으나, 적대적 인수 무산으로 일단 한시름 놓았다.
* 돈을 많이 번 Irwin Jacobs 본인이 ‘개인적으로’ 본인 전재산의 절반 가까이에 달하는 돈을 San Diego의 UCSD, Salk 연구, 기타 단체등에 기부하는 것도 대단하고 존경받아 마땅한데, 이 분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계시다. Irwin Jacobs와 뜻을 함께하시는 분들이 당신들의 귀한 시간을 들여 자신들이 기부한 기관 및 단체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면서 다른 부자들도 자신들의 그러한 행동들에 공감하고 동참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젊은이들도 당연히 자연스럽게 보고 배우게 될 것이고. 말 그대로 “Lead by example – 모범을 보임으로써 이끌어간다” 가 아니겠는가.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부, Pay it forward 문화는 Irwin Jacobs와 같은 선구자들로부터 시작되고, 시간이 가면서 자연스레 커뮤니티에 스며들어 후대로 전해지며 커뮤니티를 지탱하고 발전시켜가는 것 아닐까. 한 사람이 100 내는 것도 좋지만 100사람이 1씩 내서 100을 만드는 것이 커뮤니티에는 더 바람직하니까 말이다.
Reference: Lifelong ethic of giving for Irwin and Joan Jacobs
- 샌디에고 쪼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