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고에는 유명한 Craft Beer Brewery (수제 맥주 양조장) 가 몇 개 있다.  물고기 로고로 알려진 Ballast Point Brewery, 악마 로고로 유명한 Stone Brewery, UCSD 과학자가 운영하는 White Labs 등이 특히 유명한데, San Diego Craft Beer의 2018년 5월 집계에 따르면 샌디에고에는 총 151개의 수제 맥주 양조장이 있다고 한다.  바이오 관련 스타트업들이 몰려있는 Sorrento Valley 지역과 다운타운 부근의 North Park/Hillcrest에 주로 몰려있는 편인데, 다소 건조하고 뜨거운 샌디에고의 여름날, 시원한 맥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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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로고가 새겨진 Ballast Point 맥주들.  요즘은 한국 코스트코에서도 구할 수 있다.

오늘은 그 중 Ballast Point의 창업자인 Yuseff Cherney 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Ballast Point는 1992년 샌디에고에서 가정용 수제 맥주 양조 용품을 파는 가게였던 Home Brew Marth에서 시작했다. 일반인들이 취미로 집에서 맥주를 만드는 것을 도와주면서 가게 뒷편 골방에서 틈틈이 이런저런 시도를 하며 크래프트 맥주를 소량으로 팔다가, 아예 Craft Beer 로 사업을 확장했다.  Ballast Point는 창업 이후 로컬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세계 맥주 대회에서 여러번 입상도 하는 등 계속 성장했는데 2015년에는 맥주 매출이 $115 million (한화로 약 1250억원)에 달했다.  2015년에 미국 증시에 상장 (IPO)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그 해 11월에 코로나, 모델로 맥주 등을 판매하는 Constellation Brands에 무려 $1 Billion (한화 약 1조 1천억원)에 인수되며 수제맥주 비즈니스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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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고의 수제맥주 회사였던 Ballast Point는 2015년 11월, 코로나, 모델로 맥주를 판매하는 Constellation Brands에 $1 Billion 에 매각되었다. (출처: 2015년 11월 17일 LA Times 기사)

로스쿨 진학 예정이던 Yuseff Cherney, 시급 4천원 알바로 취직

Yuseff Cherney는 의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 UCSD 입학 당시엔 pre-med 트랙을 이수 후, 아버지처럼 의대에 진학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UCSD에서 학부 수업을 들으며 의대보다는 철학과 사회과학 과목에 흥미를 더 느끼게 되고 결국 철학으로 전공을 바꾸게 된다. 아버지에게는 철학을 전공하고 로스쿨에 가서 변호사가 되겠다고 말씀드리고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항상 ‘우리 의사 아들 (My son, the doctor)’라고 부르셨던 Yuseff의 아버지는 이 때부터 ‘우리 변호사 아들 (My son, the lawyer)’라고 부르셨다고 한다. 어쨌든 이 순간까지 Yuseff는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은 ‘효자’아들이었다.

그런데 성공적인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그렇듯 Yuseff는 로스쿨 진학을 앞두고 심각하게 자신의 진로에 대해 향후 인생에 대해 고민을 했다. LSAT 시험까지 다 쳐놓고 고민을 하다가 학부 시절부터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자신을 위해 취미로 만들던 맥주 양조를 하며 머리를 식히기 위해 현 Ballast Point의 전신이었던 Home Brew Mart에 잠시 들렀다가, 수제 맥주의 당도와 색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몰트’를 선택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다른 고객을 도와주게 되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Home Brew Mart 주인 Jack White가 던진 ‘자네, 우리 가게에서 알바해볼 생각 없나?’ 라는 제안을 덥썩 받아들이고는 로스쿨 진학을 포기하고 다음날부터 당시 최저 임금 정도였던 시급 $3.75 (시급 4천원)에 알바로 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연히 의사와 변호사 아들을 원했던 Yuseff의 부모님은 아들의 이런 결정을 이해하지 못했고, 부모님과의 관계는 한동안 소원해졌었다고 한다.

Ballast Point Brewery 의 성공.  ‘My son, the brewer’

Home Brew Mart에서 일하면서도 Yuseff는 가게 한 귀퉁이에 작은 양조시설을 두고서 틈틈이 맥주를 만들었는데, 마침 당시 가게의 고객이자 UCSD 생화학 박사과정 학생이던 Chris White (Home Brew Mart 주인인 Jack White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로부터 이스트 (yeast)가 맥주 맛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배우며 함께 다양한 이스트 조합을 연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샌디에고 지역의 수제맥주 비즈니스가 성장하면서 Yuseff가 일하던 Home Brew Mart의 인기는 점점 더 올라갔고 마트 귀퉁이에서 만들어 팔던 맥주들의 인기도 덩달아 치솟자, 아예 작게 맥주 브루어리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것이 Ballast Point Brewery의 탄생이었다.

맥주 시음장을 가게 한 켠에 마련했던 Home Brew Mart. 이미지 출처: Good Beer Hunting

Ballast Point의 수석 Brewer로서 맥주 제조 전 과정을 담당하고 지휘한 Yuseff 덕에 Ballast는 경쟁자들과는 다른 맛을 낼 수 있었고 (특히 과일향이 진한 IPA가 유명하다) 샌디에고 수제 맥주 팬들을 끌어들였다. 항상 새로운 이스트 조합과 레시피, 과일향 등을 테스트해보고 고객들의 반응이 좋으면 정규 메뉴로 올려 팔되, 반응이 시원찮으면 바로 메뉴에서 지워버리는 방식으로 까다로운 고객들의 입맛을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Ballast Point 의 메뉴판에는 현재 실험중인 맥주들이 나열되어있어 새로운 맛을 원하는 고객들은 주문해서 마셔볼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수박향 IPA’도 처음에는 실험 메뉴였다가 반응이 좋아 정규메뉴가 되기도 했다.

창업 초반에는 하루에 15배럴의 맥주를 생산했었는데 2010년에는 1,500 배럴로 규모가 커졌고, 2010년에 시카고에서 열린 the World Beer Cup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는 등 샌디에고를 넘어 미국 전역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Yuseff가 the World Beer Cup에서 금메달을 따고 돌아오자 아버지는 아들의 등을 두드려주며, 마침내 ‘우리 맥주 양조업자 아들 (My son, the brewer)’ 라고 불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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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ast Point의 맥주 양조 시설, 이미지 출처: Good Beer Hunting

Ballast Point 구석에서 시작된 Distillery (증류주 제조) 실험.  그리고 Ballast 매각

의사나 변호사가 되기를 원했던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자신의 꿈을 좇았던 10년여간의 ‘불효자’ 생활을 마감하고,  ‘효자’가 되어 돌아온 Yuseff Cherney는 Ballast Point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다른 아이디어를 실험했다. 샌디에고에 수제맥주는 가히 붐이라 할 정도로 많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반해 보드카나 위스키를 만드는 Distillery가 하나도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Yuseff는 Ballast Point의 구석에 작은 Distillery를 설치하여 증류주 제조를 시도한다. Home Brew Mart의 가게 뒷켠 창고에서 조금씩 맥주를 만들다가 Ballast Point를 창업했듯이 언젠가는 Distillery 도 독립적인 비즈니스로 시작할 꿈을 꾸었다고 한다.  그래서 2015년에 Ballast Point가 멕시코의 주류 대기업인 Constellation Brands 에 매각될 당시 맥주 양조 부분만 팔고, Distillery 사업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샌디에고 최초의 Distillery, Cutwater Spirit의 탄생

Yuseff 와 Ballast Point의 동료들은 Constellation Brands와의 매각이 끝나자마자 부근에 Cutwater Spirits 라는 샌디에고 최초의 Distillery를 오픈했다.  Cutwater Spirits에서는 보드카, 버번, 위스키 및 각종 칵테일을 판다.  Ballast Point와는 다른 색다른 분위기로 샌디에고 지역에서 인기를 끌고있다.  이 새로운 도전에서 Yuseff와 동료들은 또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Yuseff의 아버지가 ‘My son, the Distiller’라고 부르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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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seff와 동료들이 Ballast Point를 매각하고 새롭게 시작한 사업. Cutwater Spirits는 샌디에고 최초로 증류주를 만들어 파는 레스토랑이다. 가게 오른편에 높은 유리안에 있는 것이 증류탑이다.

우연한 기회에 참석한 행사에서 만난 Ballast Point의 창업자로부터 이런 흥미로운 스토리를 들을 수 있어 행운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서 로스쿨 진학을 앞두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위해 과감하게 결정을 내린 점도 훌륭하지만, Ballast Point와 Cutwater Spirits 모두 작은 규모로 가게 한 켠에서 실험을 통해 레시피를 개발하고 고객들의 반응을 살피며 레시피를 개선해가며 발전시켜 이렇게 성공적인 궤도에 올린 과정은 스타트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출장이나 여행으로 샌디에고를 방문하시는 분들은 Ballast Point Brewery와 Cutwater Sprits에서 점심이나 저녁을 드시며 Yuseff Cherney의 주류 스타트업 Journey를 한 번 느껴보시기를 권한다. 술을 주로 파는 곳이지만 Family Friendly한 곳이므로 아이들과 함께 가도 상관없다.

참고 기사: “Long Live the Craft”, UCSD Triton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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