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2015년말까지 4년 동안우리 회사는 순전히 NIH의 SBIR 지원으로만 운영되었다. 외부에서 투자금을 전혀 받지 않았고 (못했고), 자랑은 아니지만 매출도 발생하지 않았다. 세포분석기 시제품을 만들어 잠재 고객인 샌디에고 지역의 생명과학 실험실이나 연구소 등에 무료로 설치한 후 실험 데이터를 받아 분석하고, 사용자들로부터 우리 제품의 UX, UI에 대한 피드백 (초반엔 거의 100% 부정적인 반응)도 받으며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것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회사가 이 기간동안 SBIR 지원금으로 약 500만 달러 (55억원) 정도를 seed money로 받아서 흔히 말하는 스타트업 ‘Valley of Death –  죽음의 계곡’을 어찌어찌 건널 수 있었고, SBIR 프로젝트의 결과물로서 제품을 두 개 개발하여 런칭하고, 2016년 초 시리즈 A 투자 유치까지 이어졌으니 우리 회사는 SBIR의 크나큰 수혜자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주변에서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 대학원생 선후배가 물어보면 항상 SBIR 프로그램을 잘 이용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해준다.

그래서, 이번엔 SBIR 프로그램의 장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해보려 한다.  기술기반 스타트업이 SBIR 프로그램을 통해 seed money를 받게 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이번 글은  NSF (미국 과학재단)의 SBIR 홈페이지 내용을 참고하였다.

Up to $1.5M / 24+ months. Receive up to $225,000 in seed capital to conduct product Research and Development (R&D) over six to 12 months. During this period, your company will be immersed in the NSF network and you’ll receive training and mentorship from seasoned entrepreneurs and innovators. After you complete your Phase I award, you’re welcome to apply for a second-round investment of $750,000 over 24 months. During the course of that award, you can apply for supplements that may add up to another $500,000.

  • 국립 과학 재단 (NSF)의 SBIR에 선정되면 2년 반 동안 17억원 가량의 seed money를 받을 수 있다. (Up to $1.5M / 24+ months.)  국립 보건원 (NIH)의 SBIR의 경우는 금액이 더 많아서, Phase I, II를 모두 받으면 2년 반의 기간에 걸쳐 20억원 규모의 seed money를 받을 수 있다.  
    • 실험실에서 연구만 하다가 창업하겠다고 나서는 가방끈 긴 ‘어쩌다 창업자’들에게 바로 투자하는 VC 투자자는 (거의) 없다. 시제품이라도 만들어 보여줌으로써 technical risk를 조금이라도 줄여놓아야 다음단계로 나갈 수 있는데 SBIR은 Ideation-> Prototyping 가능하게 한다. (다시 말하지만 VC 들은 보통 이 단계에서는 잘 투자하지 않는다. 특히나 가방끈 긴 애송이들이 창업한 스타트업이라면…)
    • 기술기반 창업이 활발하다는 미국이지만, 이러한 실험실 창업의 경우 기술적인 리스크도 크고 가방끈 긴 초짜 창업자들이 미덥지 못한데다,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산업 특성상 8년~10년 정도로 오래 걸린다.  2005년의 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벤처캐피탈 투자 금액 중 18%만이 초기 시드 단계에 투자되었다고 한다. 프라이빗 섹터인 VC투자가 채워주지 못하는 초기 시드 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퍼블릭 섹터인 SBIR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 여기에서 또하나 눈여겨볼 점은, SBIR의 지원금의 규모가 실질적으로 스타트업이 기술을 검증하고 비즈니스 가설을 테스트하기에 충분한  금액이라는 것이다. (Phase I에서 2억원 가량, Phase II 에서는 10억-20억원 가량).  형평성을 지나치게 고려해서 1천만원-5천만원씩 여러 회사에 쪼개어 나누어 주는 것은 절대로 도움이 안 될 뿐더러, 시간 및 인력, 자원낭비를 초래하여 ‘좀비 스타트업’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게된다.
    • SBIR 과제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정하되, 10:1 ~ 30:1 정도의 경쟁을 거쳐 선정된 회사들이 SBIR 금액만으로도 제안서에 적은 내용을 실현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금액을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 그리고, 저 금액에는 창업자들의 월급 (인건비)와 실험실 렌트비 등의 비용도 당연히 포함된다. 스타트업이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자금인 것이다.

 

Feedback from experts: Every proposal is evaluated by a group of technical and commercial experts, who provide detailed feedback to all reviewed applications; even companies that don’t receive awards get valuable, actionable feedback.

  • 전문가 그룹으로부터 받는 피드백
    • SBIR 제안서를 제출하면 20-30여명의 해당 분야 전문가 (교수, 연구원, 회사의 CSO, CTO 등) 으로부터 심사를 받게되는데, 선정/탈락 여부에 상관없이 6 페이지에서 10페이지에 달하는 심사 평가 보고서를 무조건 받게된다.
      • NIH SBIR의 경우 Phase I 에는 제안서 길이가 6페이지로 제한된다. 그 이상 넘기면 안된다.  이 6페이지 제안서를 심사위원들이 검토한 후 심사 보고서를 보내주는데 그 보고서의 길이가 제안서의 길이만큼 되거나 더 길기도 하다.
      • 탈락한 경우는 어느 부분에서 잘못되었는지, 어느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되돌아볼 수 있다. 선정이 되었더라도 심사위원들이 100% 긍정적인 feedback을 주는 경우는 절대 없으므로 꼼꼼히 심사평가 보고서를 훑어보면 많은 도움이 된다.

 

NSF’s stamp of approval: An NSF award is more than just funding. Being selected out of thousands of applicants signals that your technology and expertise have strong technical and commercial merit.

  • NSF 혹은 NIH 의 심사위원들로부터 최소한 한 번 검증을 받게 된다.
    • NSF 혹은 NIH의 전문가 그룹의 평가를 통과하고 10:1 에 달하는 경쟁률을 뚫었다는 것은 스타트업의 기술력에 대한 검증이 한 차례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그것만으로도 다른 스타트업들과는 다른 비교우위를 갖게되는 셈이다.  물론 이것이 당신 스타트업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라는 것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최근 논란이 되었던 테라노스 (Theranos) 같은 회사는 SBIR의 평가를 절대로 통과할 수가 없다. 왜냐면 SBIR 평가위원들은 Data와 peer review journal에 투고한 내용을 반드시 심사하기 때문이다. 테라노스는 2016년 스캔들이 터질때까지 단 하나의 Peer review journal 에 투고한 적이 없었다.

 

0% equity: You retain full ownership over your company and intellectual property. And because our awards aren’t loans, there’s nothing to pay back.

  • 스타트업 회사의 지분을 요구하지도 않고, 지원금을 나중에 갚지 않아도 된다.
    •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지원금을 스타트업에 주지만 회사의 지분은 단 1주도 가져가지 않는다.  SBIR로 1억을 받던, 수십억을 받던 지분 희석 (equity dilution)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창업자들과 임직원들이 회사 지분의 100%를 소유할 수 있다.
    • 반대로 VC 투자로 10억원을 초기에 받게 된다면 회사의 가치에 따라 다르지만 회사 지분의 일정부분을 투자자에게 나누어주어야 한다.
    • 그리고, 대출이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갚을 필요도 없다. 그리고, 현물 매칭이나 자기부담금과 같은 희한한 요구사항도 없다.
      • 스타트업의 90% 이상은 실패한다. 그리고 SBIR은 VC들조차 투자를 꺼리는 High Risk – High Return 비즈니스 모델로 시작하는 스타트업들에 투자를 하기 때문에 실패하는 확률은 더 높을 것이다.
      • 혹여 SBIR로 수억/수십억을 받고도 실패하여도 창업자가 개인적으로 변제해야할 금액은 $0 이니, 큰 부담이 없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재도전하는데 최소한 개인은 빚이 발목을 잡을 일은 없는 것이다.
      • 이런 부분이 한국에 비해서 미국의 대학원생이 석박사 학위를 받은 후에 활발하게 창업에 뛰어드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말로는 ‘실패해도 괜찮다’고 하고선 지원금에 상환조건이라던지, 자기 부담금을 내야 한다든지 하는 조건을 다는 것은 ‘실패하면 안된다’라는 이율배반적인 메세지를 전달하는 셈이다.  학자금 대출 받아서 겨우 대학원 마쳤는데, 현금이나 현물 매칭하라고 하면 그 돈은 또 어디서 마련한다는 말인가?

 

Major societal impact: We don’t have the same financial incentives as most investors, so we can make impact investments that may take longer to provide a financial return. Our goal is to invest in a better future for our shareholders: the American public.

  • 사회적인 임팩트에 투자하는 SBIR
    • 그 큰 돈을 주면서 지분도 취하지 않고, 원금도 회수하지 않는다면 미국 정부는 SBIR 프로그램을 통해서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 일단 매년 수십-수백조원의 R&D 예산이 논문을 내고 특허를 출원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그런 기초 과학, 공학 연구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중 일부라도 (SBIR의 예산 비율인 3% 정도만이라도!) 상용화로 이어질 수 있다면 SBIR 프로그램은 성공한 것이다.
        • 지금은 누구나 알만한 Symantec, Illumina, Qualcomm, Amgen 등 시총 수 십조원대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들도 창업 초기에는 SBIR의 지원금을 받았는데, 이 회사들이 저렇게 성장하며 창출하는 고용효과와 저들이 매년 미국 정부에 납부하는 법인세등을 생각해본다면 SBIR 프로그램의 장기적인 ROI (Return On Investment)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 그리고, 이러한 금전적인 이득 외에 SBIR 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NSF 홈페이지에 적힌 이 문장이 대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Our goal is to invest in a better future for our shareholders: the American public

 

Minimal standard reporting: We provide templates for reporting monthly progress and financials. No need to waste time crafting decks and building spreadsheets — we help you focus on building your product or service instead.

  • SBIR 과제를 수행하면서 과제 관련 보고는 최소한으로!
    • 스얼 런치 클럽에서 발표했을때 청중 한 분께서 이런 질문을 하셨다.  “SBIR 이라는 정부 과제수행을 하는 과정에서 Financial audit 이라던가 하는 보고의무에 대한 부담은 없는가” 하는 것이었다.
    • 이 질문에 대한 NSF SBIR 담당자의 답이다 –> Minimal standard reporting우리들은 당신들이 (스타트업들이) 제품과 서비스 (Product & Service)에 집중하길 원한다.  바로 이게 답이다
    • 나의 SBIR 7년차 경험을 돌이켜봐도,기본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해야하는 서류작업 외에 중간에 대면보고하러 NIH가 있는 워싱턴 DC를 가거나, 보고의무 때문에 많은 시간을 썼던 기억은 없다. ‘영수증 풀칠’ 같은 것은 여기선 상상할 수도 없다.  SBIR을 운영하는 정부도, 그 혜택을 받은 스타트업들도 공동의 목표는 스타트업의 성공이 아니겠는가.  부차적인 것들에 신경쓰며 에너지 낭비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Virtual mentorship from program advisors: Our program directors, who have deep technical expertise and entrepreneurial experience, have been in your shoes — they can offer guidance and advice through the award process. And we promote startups in all locations, not just tech hubs. You don’t need to relocate to gain access to our funding or mentorship.

  • SBIR 프로그램 어드바이저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소중한 멘토링
    • 대부분의 SBIR Program Director 혹은 Program Officer들은 이미 그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경험과 식견이 풍부하다. 그리고, 오랜기간 SBIR PD/PO로 일하면서 쌓은 인사이트와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SBIR을 받은 스타트업들에게 소중한 멘토링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 설령 SBIR을 제출했다가 탈락한 경우에도 어떤 PD, PO들은 다음 기회에 어떻게 하면 좋겠다는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도움이 될만한 해당 분야의 베테랑 연쇄 창업가나 은퇴한 업계의 거물을 소개해 주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PD, PO의 개인적인 부탁이 없다면 우리같은 스타트업들이 만나기 매우 어려운 사람들이다.
      •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멘토링을 받는 것이 MUST는 아니다. 필요할 때 필요한 스타트업들이 원하면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과제를 받은 스타트업들이 ‘멘토’들로부터 ‘멘토링’을 받는 것을 의무로 정해버리면, 이상한 멘토들이 판치게 되고 생태계가 흐려져 오히려 배가 산으로 가는 역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Freedom to operate: We’re not interested in driving the direction of your company; in fact, our goal is to align your vision with our funding. You can use your funding on employees’ salaries and wages, fringe benefits, materials and supplies, and other R&D costs (though intellectual property, marketing and business development costs aren’t covered).

  • 마지막으로, SBIR을 통해서 지원해주었다고 해서 PD, PO가 당신회사의 경영에 간섭하거나 쓸데없는 일로 당신을 귀찮게 할 일은 절대로 없다.
    • SBIR의 목적은 스타트업의 비전을 SBIR 펀딩과 일치시켜 서로 win-win을 거두고 이 프로그램의 shareholder인 납세자, 즉 미국 국민들이 그 혜택을 보게끔 하자는 것이다.
    • 위의 6번과도 연관된 점인데, SBIR 자금으로 (1) 창업자나 임직원 월급, (2) 베네핏 (의료보험 등등), (3) 실험 재료, 장비 등을 구매하는 것이 가능하다.  단 마케팅이나 비즈니스, 세일즈 부문에는 SBIR을 쓰면 안된다. 왜냐면, 마케팅, 비즈니스는 Innovation의 영역이 아닌, 어느 정도 scale up 된 후의 Operations 이기 때문에 아래 SBIR의 Mission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 SBIR Mission:  to support scientific excellence and technological innovation through the investment of Federal research funds in critical American priorities to build a strong national economy.

    • 그리고, SBIR은 스타트업이 Innovation R&D, Product Development가 아닌 분야 (세일즈, 마케팅, 글로벌 진출 등등)에 예산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시장에 나가지도 않고 과제로만 연명하는 좀비 스타트업들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마케팅 지원’ 과 같은 정부과제들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장점들이 있기 때문에 SBIR은 1982년 이후 40년동안 꾸준히 운영되어오고 있으며 아직도 미국 실험실 창업,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의 Seed money를 지원해주고 있다. 1982년부터 2016년까지 SBIR 을 통해 지원된 금액이 약 $43 billion (47조원) 가량 되며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서, 미국에서 이공계 분야 대학원생이나 연구소 혹은 회사에서 일하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사업화를 해보고자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SBIR 프로그램을 한 번 잘 살펴보고 지원해보시길 권한다.

  • 샌디에고 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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