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SBIR 프로그램의 장점에 대해 소개했다. 그러나, 세상 모든 제도와 정책이 완벽할 수는 없다. 분명 SBIR 프로그램에도 단점, 한계는 존재한다. 항상 SBIR 을 소개하는 입장이다보니 장점에 대해서만 주로 이야기하게 되는데, 이 글에서 SBIR 프로그램의 단점에 대해서도 하나씩 짚어보려고 한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 비롯한 내용들이긴 하나 향후 SBIR 에 지원하고자 하시는 분들도 이런 부분을 유념하시면 좋을 듯 하다.

지원부터 과제 선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NIH의 SBIR  지원 절차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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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월 5일, 4월 5일, 9월 5일, 총 연 3회 SBIR 과제를 제출할 수가 있는데, 우리 회사가 1월 5일에 제출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과제 심사를 받는데까지 약 2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이후 일반적으로 10:1 (Phase I) 혹은 3:1 (Phase II)의 경쟁을 뚫고 선정이 되더라도 실제 Award letter가 오고 예산이 집행되기까지는 과제를 제출한 순간부터 최소한 6개월이 걸린다.  1월 5일에 제출한 과제가 선정되더라도 돈이 들어오는 것은 7월 초는 지나야 한다는 말이다. 만일 한 번에 선정이 안되고 재도전이라도 하게 된다면 과제 평가를 기다리는 데 1년이 훌쩍 지나가게 되니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마냥 기다리기엔 너무도 긴 시간이다.

차라리 Phase I 에서 계속 떨어진다면 이 단계에서 포기하면 된다. 허나 Phase I 을 잘 마치고 Phase II 에 지원했을 때에는 문제가 좀 달라진다. Phase I 결과가 좋아서 Phase II에 지원하여 운 좋게 17억원을 받게된다 하더라도, Phase I 이 끝나는 시기부터 Phase II 과제 예산이 집행되는 시기까지 짧게는 2개월 길게는 4개월 정도의 갭이 생긴다.  외부 투자를 받지 않고, 창업자들도 돈이 별로 없는 경우에는 (즉, 창업 초기 우리 회사 같은 경우에는) 이 기간엔 이를 악물고 알바라도 하면서 돈이 들어올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Phase I 으로 9개월간 2억원을 사용할 수 있는데, 내 인건비로 3천만원이 책정되었다고 치자. Phase I 이 끝나고 3개월 후에 Phase II 과제금이 들어오니 3천만원으로 9개월이 아니라 12개월을 살아야 하는 셈이다. 실제 2011-2013 사이에는 나와 호세 모두 이런 식의 ‘보릿고개 나기’를 여러번 했었다.

SBIR 과제를 받아도 경제적으로 쪼들린다.

아무래도 Phase I 으로 받는 과제의 금액은 크지 않고, 인건비로 사용할 수 있는 액수에도 제한이 있는데다 해야할 일은 많다보니 월급을 충분히 가져가기가 힘들다. 이전에 과정남 이라는 팟캐스트에 출연해서 이야기 한 적이 있었는데 (과학기술정책읽어주는남자들, 50회어떤 샌디에고 스타트업인과의 대화), SBIR 과제금의 규모는 ‘굶어죽지는 않되, 절대로 풍족하지는 않은’ 정도이다.

아래 표는 2017년 미국 보건원 (NIH)의 박사 후 연구원 (Postdoc, 포닥) 연봉 가이드 라인이다. 지역에 따라 지도교수의 성향이나 재정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일단 이것이 가이드라인이다.  우리들끼리 우스갯 소리로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닭이 포닥이다’ 라는 말도 할 정도로 미국에서 바이오테크, 생명과학 포스닥들에 대한 처우는 굉장히 열악한 편이다. 박사과정을 끝낸 1년차 포닥 연봉이 $44,000 이 채 안되니 말이다. 헌데 SBIR 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적어도 1-2년간은 저 이상의 연봉을 받기 힘들다. 게다가 포스닥의 경우 연봉은 적더라도 학교나 연구소 소속이니 좋은 의료보험이 제공되지만, SBIR에선 인건비 겨우 챙겨가는 정도이니 의료보험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여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내 돈을 내고 가입해야만 했다. SBIR 아무리 받아도 경제적으로는 항상 쪼들린다.

Postdoc salary

나의 경우 학교를 졸업하고 1년간 학교 부근의 회사에서 H1 비자를 받고 Research Engineer로 일했었는데, 2011년 여름에 SBIR Phase I을 ‘두 개’ 받아 NanoCellect에 풀타임으로 들어가면서 내 연봉은 딱 반토막 났었다.  실은 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왜냐면 회사에서 지원해주던 의료 보험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2018년 10월 3일 WSJ 의 기사에 따르면 2018년 현재 미국의 회사들이 평균적으로 직원 1인당 지불하는 보험료 액수가 $20,000 (2200 만원)이라고 하니, 회사를 다니다가 창업을 하게되면 연봉이 깎이는 것은 물론 의료보험도 내 월급에서 나가야해서 실제 생활은 훨씬 더 쪼들리게 된다.  Phase II 로 17억원을 받으면 풍족할 것 같지만, 그때 쯤 되면 회사에 인력들도 늘어나게 되고, 외부 업체나 공동 연구자 그룹에 sub-award로 일정 부분을 떼어주고 나면 실제 살림살이는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  Phase I, II 다 받더라도, 회사도, 개인도 항상 경제적으로 쪼들린다.

그리고, 다들 스타트업하면 깨끗하고 화려하고 빈백들도 바닥에 있고, 점심도 공짜로 주고 하는 실리콘 밸리의 잘나가는 회사들을 연상하지만, 우리 회사는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매우 멀다.  SBIR은 Innovative R&D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사무실 단장이나, 사원 복지등에 돈을 풍족하게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럴 돈 있으면 차라리 월급을 조금이라도 올려주는 것이 더 낫다. 실제로 인터뷰하러 왔다가 회사 꼬라지가 넘 형편없어서 노골적으로 실망감을 드러내고 돌아선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솔직히 내가 봐도 가끔씩은 신세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 사람들은 오죽했을까.

스케일업, 혹은 중요한 순간에 치고 나가기는 어렵다.

SBIR은 대량 제조(Manufacturing)나 마케팅 (Marketing), 세일즈 (Sales)등의 비-혁신적인 분야에는 돈을 쓸 수가 없다.  저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SBIR의 Mission Statement에서 밝혔듯이 ‘혁신 기술의 상용화’에만 지원하는 것이므로, 기술과 business model이 어느정도 검증이 되었으면 그 이후는 시장에서 버텨내야 해야한다는 것이다. 시제품을 팔던지, 선주문을 받던지, 외부 투자를 유치하던지 알아서 해야한다. 그래서 SBIR 과제를 수행하면서 투자자들을 만나면서 post-SBIR을 준비해야 한다. 나중에 가서 하지 했다간 SBIR Phase II 끝나고 그대로 사업도 끝나는 수가 있다.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납득하기 힘들 때가 있다

심사위원의 명단을 미리 공개하고, 심사위원들이 모여 심사한 결과 보고서를 주고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해도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시스템이 잘 갖춰져있어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 가끔은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납득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하나 예를 들어보면, 아래는 2016년 우리가 제출했던 SBIR 과제에 대한 심사에서 “연구 담당자 (PI, Principal Investigator)가 이 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에 대한 한 심사위원의 평가이다.  이 심사위원은 일단 PI, 즉 쪼박이 제안한 실험들을 잘 실행할 수 있는 팀을 꾸렸다고 일단 후한 평을 주는가 싶더니, 뒤에서 갑자기 이상한 얘기를 한다.  내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인 Dr. Lo 이 공동 연구자로 이 과제에 참여하는데, Dr. Lo는 Dr. Cho (쪼박)의 지도교수였기 때문에 Dr. Lo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고, 결국 NanoCellect가 이 프로젝트를 잘 발전시켜 상용화하는데 걸림돌이 될수도 있다고 써놨다.  나는 이 심사평을 보는 순간 정말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만 나왔다. 대학원시절의 사제관계와 회사의 CTO와 협력연구자 관계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런 평가를 버젓이 적어놓다니. 우리 지도교수님이 나를 뒤에서 조종하는 비선실세이고 나는 꼭둑각시라는 말인가. 정말 말도 안되지만, 이런 일들이 가끔씩 일어난다. 왜냐면 심사위원들도 결국은 사람이고 항상 옳은 결정을 내리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걸 최대한 보완하기 위해서 한 과제를 3명의 심사위원이 사전에 서면으로 심사를 한 후, 심사 당일에 모인 20-30여명의 다른 심사위원들과 토론을 통해 재검증을 하지만 100% 완벽한 제도란 있을 수 없으니, 이런 일이 생겨도 그저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

Feedback_비선실세

하지만 우리 과제가 이런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심사평을 받았을 때 꼭 해야할 일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우리는 심사위원의 이런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PO에게 공식적으로 이메일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다. 그래야, 다음 번 심사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고, SBIR 과제 심사 시스템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부의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하다.

SBIR 예산은 미국 연방정부의 R&D 예산 중 일부분이 책정되므로 만일 연방정부의 예산이 의회에서 제 때 승인이 되지 못하면 과제에 선정이 되었다 하더라도 취소되거나, 과제 시작일이 뒤로 밀리는 경우가 있다.

우리 회사도 2013년에 35만달러 (약 4억원) 짜리 과제에 선정되어 기뻐하던 중, 미국 연방 정부의 예산이 승인되지 않아 미국 정부가 Shutdown에 들어가는 바람에 정부의 모든 업무가 중단되어 과제 시작일이 1.5개월 가량 지연된 적이 있었다.  가뜩이나 없는 살림에 SBIR 과제로 최대한 아껴서 쓰던 중 1.5개월의 공백이 추가되다보니 회사 재정 상황은 최악으로 가고 있었다. 정부가 Shutdown이니 이게 해결되기 전까지는 딱히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버티다못해 종국에는 나와 호세가 신용카드로 대출을 받아서 동료들 주급이라도 주자고 했었는데, 정말 기적같이 주급을 주기 1주일 전에 과제가 시작되고 35만불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회사 시작하고 지난 7년간 돌이켜 봤을 때 여러 위기가 있었지만 이 때처럼 가슴 떨렸던 적은 없었다.

Deadline이 중요한 일들과 겹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가 없다

이건 어쩌면 소소한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SBIR 과제 제출일이 1월 5일, 4월 5일, 9월 5일 이다보니 제대로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기가 힘들다. 보통 과제 제출 2-3개월 전에 토픽을 정하고, 함께 일할 공동 연구 그룹을 섭외한 후, 연구 제안서 초안을 쓰기 시작한다. 이게 미리미리 끝나서 준비가 되면 좋은데, 과제나 제안서를 써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제출하는 당일까지도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여 거의 마감 직전에야 완성된 제안서를 제출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1월 5일에 과제 제출을 위해서는 12월 연말 연시를, 4월 초에 제출할 과제를 위해 아이들 학교 봄방학은 고스란히 회사에서 보내야만 한다. 미국은 대부분 이 때 가족 여행을 많이들 가는데, 우리는 그러지를 못하고 매일 집에 있으니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하다. 9월 초에 제출하려면 8월 중순부터는 여기에 매달려 있어야 하고 9월 초에 있는 노동절 연휴에도 어디 못가고 SBIR 과제에 매달려야 한다. 이렇게 4-5년 넘게 하다보면 가끔 무슨 부귀영화를 보자고 가족들과 함께할 시간도 못 갖고 이 짓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인데 SBIR 과제를 계속 받다보면 ‘내가 사업을 잘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SBIR 과제를 여러 번 받게되면 문득 문득 “그 어렵다는 30:1의 경쟁률을 뚫고 우리회사가 NIH의 Phase I, II를 받았다” 라는 생각에 괜히 우쭐하게 되고, 내가 진짜 사업을 잘 하고 있구나! 라는 대단히 큰 착각을 하게 된다.  이것이 SBIR  과제로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SBIR 과제에 선정되었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쳐서 Phase I, Phase II으로 쭉쭉 나아가는 것이 우리 회사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닌데 말이다. 사실 머리로는 알고있으면서도 창업자들도 사람이다보니 SBIR을 받으면 괜히 들뜨게 되고 어깨에 힘도 조금 들어간다.  대학원 시절 친구들이나 포스닥 시절 동료들이 “그 받기 어려운 SBIR을 받았는데,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어오기라도 하면 붇잡고 무용담 비스무리한 썰을 풀면서 진짜 내가 뭐라도 된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제품의 성공과 실패는 SBIR 심사위원이나 Program Officer가 아라 시장에서 고객들이 판단하는 것인데, SBIR 과제를 받다보면 이 중요한 명제를 종종 잊을 때가 있다. 투자 유치를 위해 VC 투자자들 앞에서 피치를 하고 그들이 피드백을 주어도 ‘아니, 이 분야 전문가들인 SBIR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통과한 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왜 잘못되었다는거야? ‘ 라는 치기어린 생각에 잘못하고 있는 점을 개선하고, 우리가 하는 사업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킬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고백하건데 우리회사도 솔직히 그럴 뻔 한 적이 있었다. 이럴 때 공동 창업자 중에서 한 명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회사가 SBIR이나 정부 과제로만 연명하게 되는 이른바 Grantpreneur (정부 과제를 의미하는 Grant와 기업가 Entrepreneur의 합친 말로, 정부 과제에만 의존하여 연명하는 스타트업들을 비꼬는 말이다)가 되지 않고, 시장에서 진짜 사업을 하는 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 SBIR을 받았다고, 그리고 투자자들로부터 시리즈 A, B  투자를 받았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 회사의 성공, 사업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양날의 검, SBIR

SBIR은 분명 장점이 많은 프로그램이지만 위에 나열한 것 처럼 완벽한 제도는 아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SBIR 프로그램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양날의 검과 같다고 생각한다. 잘 사용한다면 초기 창업자금을 마련하고 지분도 지키면서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유용한 자원이 될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게 되면 (SBIR에만 의존한다면),  오히려 개인과 회사의 성장을 가로 막을 수도 있다.

 

  • 샌디에고 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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