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우리 회사에 시리즈 B 에 투자했던 투자자가 손님들과 함께 방문하는데 회사 제품을 소개하고 실험실 투어를 해줄 수 있는지 연락을 받았다. 헌데 그 분들이 방문한다는 날에 CEO, President 가 모두 출장 중이라 내가 손님들을 맞게 되었다.  이 손님들은 투자를 하긴 하는데,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닌데다, 소위 말하는 Deeptech 쪽은 더 모르신다며 우리 제품이 뭘 하는 것인지 물어보시기에 동전 분류기의 예를 들어 쉽게 설명을 해드렸다. 내 설명을 조용히 다 들으신 후, 이 장비를 개발하는데 돈은 어디에서 받았느냐, 샌디에고에서 이 스타트업을 시작한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을 하셨다.

그래서 초기 시드머니를 SBIR 을 통해 받아서 받아서 회사를 세우고 팀을 꾸린 후  Cell sorter, Single cell dispenser 와 같은 제품을 개발했고, 샌디에고가 미국에서 세번째로 큰 바이오 클러스터인데다 테크 기업들도 많아서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을 시작 하기에 좋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SBIR에 대해 상세한 질문을 하셔서 그거 대답하다가 30분 지나가고, 샌디에고 스타트업 생태계의 역사와 특징 등에 대해 대답하다가 또 30분 지나서 1시간 예정이었던 미팅이 거의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SBIR은 지분도 안 가져가는데 그럼 “NIH가 너희 회사에 큰 돈을 주면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미국 정부는 왜 이걸 시작했느냐?”와 같은 날카로운 질문들도 하셔서 조금 놀라기도 했다. 

처음 1시간 동안 우리 회사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과는 전혀 상관없는 SBIR, 샌디에고 얘기만 줄창 떠들었는데, 그 덕에 이 분들이 그 후 30분동안 우리 회사 제품 설명에 귀를 쫑긋 기울이시고 이해도 쉽게 하시는 것 같았다. 보스턴과 LA에서 주로 사업, 투자를 하시는 이 분들은 얼마 전까지 SBIR 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도 몰랐고, 샌디에고에 스타트업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도 최근에서야 알았는데 오늘 자세하게 설명해줘서 고맙다고 하시며 돌아갔다.

맨날 회사 제품과는 관계 없는 SBIR 정책이나, 샌디에고 클러스터 역사 같은 쓸 데 없는 주제로 페북에다 포스팅하고 여기 블로그 글이나 쓰고, 강연하는 것 등이 뭔 의미가 있나 싶었는데, 이렇게 의외의 순간에 나름 빛을 볼 날이 있다.  쓸 데 없는 것 같아도 뭐든지 계속 하다보면 언젠간 요긴하게 쓰일 때가 오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