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실리콘 밸리 팔로알토에 위치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인 Comma.ai가 샌디에고로 본사를 이전한다는 소식이 샌디에고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사실 그 반대의 경우가 많았던 것에 비해, 이런 일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원문 기사: Why Comma.ai, Maker of Self-Driving Tech, is Moving to San Diego

Comma는 어떤 회사인가?

Comma는 조지 호츠 (George Hotz)가 201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한 회사로 자율주행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1989년 10월생인 조지 호츠는 “Geohot” 이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그가 17세이던 2007년에 아이폰 탈옥 (jailbreak) 을 성공한 것으로 유명한 해커이다.  아래는 2007년 호츠가 아이폰 탈옥을 직접 보여주는 유튜브 영상이다.

이후 여러가지 활동을 하다가 자율주행 쪽에 관심이 생겨 Comma 를 창업하였는데, 이 회사를 창업하기 이전에 이미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보너스를 포함한 잡 오퍼를 받았으나 거절하였다.  역시, 보통사람은 아니다.

HE TURNED DOWN A JOB AT TESLA WITH A “MULTIMILLION-DOLLAR” BONUS (theVerge, Dec 16, 2015)

조지 호츠는 2018년 테슬라 출신의 리카르도 비아시니 (Riccardo Biasini)에게 CEO 자리를 넘겨주고 현재는 Comma의 연구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이 정도의 히스토리를 가진 회사라면 실리콘 밸리 쪽에서도 상당히 주목을 받았을것 같은데 왜 샌디에고로 본사를 옮기기로 결정했는지 매우 궁금했다.  마침 Comma CEO인 리카르도가 자신의 블로그에 이번 결정에 대한 이유를 올렸기에, 이를 독자분들과 공유한다.

왜 그들은 실리콘 밸리를 떠나야만 했나?

Comma는 왜 스타트업의 성지, 메이저리그라 할 수 있는 실리콘 밸리를 떠나기로 결정한 것일까?  리카르도는 비정상적으로 치솟는 임대료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아래 그래프를 보자. 샌프란시스코의 사무실 임대료는 미국 평균의 2배를 훌쩍 넘고, 심지어는 뉴욕의 맨하탄 지역보다도 더 비싸다. Screen Shot 2019-05-05 at 10.59.18 PM.png

그래서 차라리 실리콘 밸리 밖으로 나가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를 실행하기 전에 다른 구성원들의 생각을 듣기 위해 12명의 전 직원들과 면담을 했다.  놀랍게도 이에 대해 반대하는 직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Before getting serious about it, I individually talked with each of the 12 comma employees and, not too unsurprisingly, nobody was opposed to the move. Actually, almost everyone was very excited to leave the Valley.

리카르도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 (Being an employee in a startup is tough) 이라 말한다. 왜?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같이 투자금을 많이 받은 스타트업을 제외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대다수 엔지니어들의 경우, 그들이 원했다면 갈 수도 있었을 구글이나 페이스북같은 테크 자이언트 회사 엔지니어들이 받는 연봉보다 현저히 낮은 연봉을 (significantly lower) 받으며 그 돈으로는 생활하기가 매우 팍팍하다.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1년에 10만불 (한화 약 1억 1천만원)을 연봉으로 받아도 생활비가 매우 비싸서 사실 여유있는 삶은 기대할 수가 없다.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1 베드룸 아파트 렌트비의 중앙값 (median)이 무려 $3700 (한화 약 400만원)까지 치솟았다.   (Median 1-Bedroom Rent In San Francisco Soars To Nearly $3,700 A Month)  단순히 계산해 보아도 연봉 1억 1천만원 받아서 세금 낸 후에, 렌트비로만 1년에 5천만원을 지불하고나면, 생활비로 쓸 수 있는 돈은 극히 적다. 이런 고물가에 지친 직원들도 리카르도의 실리콘밸리 탈출(?) 의견에 동의한 것이다.

그럼 왜 샌디에고를 선택했나?

비록 비싼 임대료 때문에 실리콘밸리 지역을 떠나기로 했지만, 임직원 모두 캘리포니아 주에 남는 것을 선호했다. 날씨도 좋고, 바다와 산이 있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weather, ocean, mountains, multiculturalism, vibe etc…)  그래서 Santa Barbara, LA, San Diego 등의 도시를 놓고 고심하다가 샌디에고로 최종 결정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리카르도는 샌디에고의 경우 다운타운에서 공항까지 차로 10분 이내로 가까운데다가, 아름다운 해변이 가까이에 있고, UCSD, SDSU 와 같은 대학들도 다운타운에서 차로 10-15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인력수급도 용이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흥미로운 통계자료를 제시하였는데, 샌디에고의 생활비 (Cost of living)이 샌프란시스코의 생활비에 비해 42% 나 낮으며, 따라서 샌디에고에서 10만 달러의 연봉을 받으면 샌프란시스코에서 17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것과 비슷한 생활수준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도 통계 자료를 따라가서 원문을 살펴보았는데, 전혀 근거없는 주장은 아니다.

[1] 실리콘밸리에 비해 42%가 낮은 샌디에고의 생활비, 물가

아래 자료를 보자. 샌디에고의 1 베드룸 렌트비는 미국 주요도시 중에서 12위다. 샌프란시스코 및 많은 실리콘 밸리 도시들의 1 베드룸 렌트비 중앙값이 $3000 를 넘는데 반해, 샌디에고는 $1910 달러로 아주 저렴(?)하다.  샌프란시스코에 비하면 거의 반값 정도이니 렌트비 차액만 계산해 보아도 연간 2만불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

출처: https://sanfrancisco.cbslocal.com/2019/03/05/median-1-bedroom-rent-sf-3690-month-zumper/
출처: https://sanfrancisco.cbslocal.com/2019/03/05/median-1-bedroom-rent-sf-3690-month-zumper/

샌디에고와 샌프란시스코의 주요 생활비 지표를 비교해 놓은 아래 자료도 재미있다.  미국 전체 평균이 100으로 가정하였다. 지표가 이보다 높으면 미국 평균치보다 비싸다는 의미이다.  표를 보면 ‘Utilities’ 분야를 빼고는 샌프란시스코가 샌디에고보다 생활비가 훨씬 더 많이 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집 값을 보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샌디에고의집값 중앙값은 62만불 정도인데 샌프란시스코는 이의 두배가 넘는 133만 달러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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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bestplaces.net/cost-of-living/san-diego-ca/san-francisco-ca/100000

 

[2] San Diego’s Rising Tech Scene

게다가 최근 1-2년간 샌디에고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중 하나가 IT 테크기업들이 샌디에고에 오피스, 랩을 여는 추세이다.  그 시작은 2018년 아마존이 UCSD 근처에 직원 300 명 규모의 오피스를 연 것이다. 아마존은 앞으로 그 규모를 더 확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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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 안 있어 월마트 ( Walmart) 에서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WalmartLabs 가 샌디에고 북쪽의 칼스배드에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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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는 애플이 샌디에고에 오피스를 연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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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최근 몇년간 고전을 하기는 했지만 애플과 특허소송에서 극적으로 승리를 거둔 샌디에고 최대 테크기업인 퀄컴이 아직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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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heVerge

리카르도 역시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최종적으로 샌디에고를 선택했다고 한다.  (There is a rising tech scene and Qualcomm is close by (and we love Qualcomm’s chips!).

그 외에도 고려해야 했던 샌디에고의 약점들

Comma의 샌디에고 이전을 확정한 후 주변의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었으나, 일부 부정적 혹은 비판적인 의견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 중 가장 큰 우려는 첫째, 샌디에고의 인력풀이 크지 않아 채용이 어렵다 “in San Diego it will be harder to hire” 는 것과 둘째, 샌디에고엔 로컬 VC가 많지 않아서 펀드레이징이 힘들다 “in San Diego it will be more difficult to raise money” 는 것이었다. 이 두 지적은 샌디에고 스타트업 생태계의 오랜 약점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리카르도는 인력채용의 경우 샌디에고의 UCSD, SDSU 의 컴퓨터 공학 프로그램이 우수하며, 매년 졸업생들 수가 적지 않은데다, 실리콘 밸리에서 채용을 할 때에도 실리콘 밸리 이외의 지역에서 지원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샌디에고에 회사가 있다고 해서 샌디에고 사람들만 채용할 것이 아니며, 미국 어디에서나 혹은 외국에서라도 훌륭한 인재들이 있으면 얼마든지 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샌디에고의 로컬 VC 수나, 투자 규모 모두 실리콘 밸리에 비해 적은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무시할 수준도 아니다. 2018년엔 $1.3 Billion, 2019년엔 2.5 Billion 이 샌디에고 스타트업에 투자되었다. 그리고, 샌디에고는 샌프란시스코, 산호세와 비행기로 1시간-1시간 반 거리에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언제든 샌프란시스코, 실리콘 밸리로 날아가 투자자를 만날 수 있다.  우리 회사 나노셀렉트도 2017 년에 $10 Million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는데, 리드 투자자인 일루미나 벤쳐스의 오피스도 샌프란시스코에 있었다. 우리가 샌프란스시코에 올라가서 피칭하고, 제품 데모하고 돌아온 뒤, 며칠 후 그 쪽 파트너와 심사역들이 샌디에고에 내려와 회사를 둘러보고, 후속 미팅을 한 후 저녁 비행기로 다시 돌아갔었다. 시리즈 B 투자를 받은 후에도 보드미팅이 있을 때면 투자사의 파트너가 아침 비행기를 타고 샌디에고로 와서 미팅 참석한 후 저녁 비행기로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곤 한다.

이코노미스트의 아래 자료도 이러한 리카르도의 주장을 뒷받침 한다.  2014년 이후로 실리콘밸리에 있는 벤쳐 캐피탈 (VC)들이 실리콘밸리가 아닌 지역에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비율을 점차 늘리고 있다. 요약하면 실리콘 밸리에 VC 자금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이것 때문에 굳이 비싼 임대료, operational costs 를 감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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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conomist, “Silicon valley is changing, and its lead over other tech hubs narrowing”,  2018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샌디에고 스타트업 생태계, 그에 대한 기대

샌디에고 스타트업 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거라지형 창업,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 많지 않고 기술기반의 스타트업이 많아 구성원들의 연령대가 다소 높고, 소프트웨어 인력풀이 부족하다는 것, 유니콘 스타트업이 없다는 것 등이었다.  하지만, 최근 샌디에고에 유니콘 스타트업도 2개나 생기고,  early stage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Angel, Venture Capital들도 속속 생기면서 샌디에고 다운타운의 리틀 이태리 지역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서비스 스타트업 들이 많이 들어서고 있다. 요즘 샌디에고 다운타운을 가보거나 스타트업 이벤트에 가보면 이러한 변화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이런 분위기가 쭈욱 이어져서 샌디에고가 한 번 더 업그레이드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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