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IR 과제를 받으면 그 돈으로 책상, 걸상 사도 되나요?”
가끔씩, 아니 자주 받는 질문이 “SBIR 과제를 받게 되면 그 돈으로 책상이나 컴퓨터와 같은 물품을 사도 되나요?” 이다. 사실 이번 주에도 이메일과 링크드인 메세지를 통해 이 질문을 받았다. 그래서 페이스북에 공유했던 글을 여기에 옮겨본다.
우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Yes’ 이다. SBIR 과제 금으로 책상, 노트북 컴퓨터 등을 사도 된다.
SBIR 의 예산은 크게 아래의 3가지로 구성된다.
- Direct Cost (직접비)
- Indirect Cost (간접비)
- Fee/Profit
1번의 Direct Cost (직접비)는 아시다시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연구원들의 월급 (salary, fringe benefit), 실험에 필요한 자재들, 시약 구입 등에 사용해야 하는 돈이다.
2번의 Indirect Cost (간접비)는 SBIR 프로젝트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항목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이다. 사무실과 실험실 임대료 (Rent), 각종 사무용품, Office Supply 구매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SBIR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연방 정부 agency들 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NIH의 경우 SBIR의 Indirect Cost는 Direct Cost의 40%를 넘을 수 없다. 다른 agency들도 비슷하거나 40%보다 조금 낮거나 할 것이다. 만약 Direct Cost가 1억원이면 Indirect Cost는 4천만원까지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3번 Fee/Profit 이 낯설게 느껴질텐데 (나 역시 처음에 이걸 봤을때 우리가 fee를 내야 하는건가? 생각했었다), 전체 SBIR 과제 예산 중 7% 를 넘지 않는 한에서 (NIH의 경우이다.) 그만큼의 금액을 회사가 ‘Profit’ 즉 이익으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돈으로 필요한 것은 아무거나 사도 된다 (물론, 회계법을 준수하는 한에서)
어제 처음으로 사무실이나 실험실에 입주한 스타트업이라서 랩 벤치나 책상, 의자 등의 가구가 필요하면 가구를 사도 되고, 랩탑 컴퓨터나 모니터가 필요하면 그걸 사면 된다.
예를 들어 SBIR Phase I 과제에 선정되어 총 2억원을 받았다고 치면, 그 중 7%인 1,400만원이 Fee/Profit 이 되는거고 이 돈으로 가구도 사고, 컴퓨터도 사시면 된다. SBIR 홈페이지에 “Their initial purchase can be covered by fee/profit, which you can use for anything” 이라고 분명하게 명시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럼 SBIR 프로그램은 왜 7%를 Fee/Profit 항목으로 잡아 (상대적으로) 매우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허용했을까?
내 생각은 아래와 같다.
1) 과제 예산으로 하나 하나 뭘 사야 하고, 뭘 사면 안되고 하는 것을 지정하는 것이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 및 과제 운영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SBIR 과제를 받는 회사들의 비즈니스 분야마다, 그리고 어떤 Stage에 있느냐에 따라 돈을 써야할 곳, 필요한 곳이 다른데 이걸 과제 담당 부서에서 일일이 지정한다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2) SBIR 프로그램 처럼 과제의 일정 부분을 Fee/Profit 으로 이렇게 정해주면 스타트업 입장에선 무척 편하다. 사무실이나 실험실 렌트는 간접비에서 내면 되고, 초기 장비나 실험실 셋업 및 컴퓨터 구매, 특허 출원비용 등은 Profit 한도 내에서 지출하면 되기 때문이다. 뭐 하나 살 때마다 이거 사도 되는건가요? 물어보고 확인할 필요도 없고 나중에 ‘왜 이 과제비로 이걸 샀느냐?’라는 추궁을 받을 걱정 없이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다. 위에 썼듯이, SBIR 홈페이지에 “Their initial purchase can be covered by fee/profit, which you can use for anything” 이라고 분명하게 명시되어있기 때문이다.
3) 이렇게 하는 편이 과제를 운영하는 agency의 담당자 입장에서도 훨씬 더 편하다. 괜히 영수증 풀칠하게 하고, 거기에 깨알같이 적힌 항목들을 하나 하나 보는 것이 대체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한 번 생각해 보시면 좋겠다. 과제를 받아 진행하는 사람들, 회사들이 원칙을 지킬 것이라 믿어주면 다들 기대에 부응하여 양심적으로 과제 운영할 것이고 과제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러한 룰을 어기는 회사들이 있다면, 그들을 적발해서 재판에 회부하고 죄목이 드러나면 법에 의거하여 최대한 강한 처벌을 하면 될 일이다. 과제 받아 프로젝트 하는 스타트업들도, 담당 공무원들도 모두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 쪼박의 SBIR에 대한 글 모음
-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런치 클럽 강연 영상: https://youtu.be/dYoPs0GmF7E
-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런치 클럽 발표 자료: https://goo.gl/WCEh4m
- 샌디에고 쪼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