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2019년 사이에 한국의 생물학 연구 정보 센터 (BRIC)의 [BRIC 과학협주곡]에 5편의 글을 기고했었다.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과는 달리 마감과 글자 수 제한이 있는 ‘공식적인’ 글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그래서 딱 5편을 쓰고 더 이상 못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연재는 중단했다. 앞으로 혹시라도 ‘기고’ 요청이 온다고 하더라도 아마 쉽게 승락하지 못할 것 같다.
아래는 내가 BRIC 과학협주곡에 기고 했던 글들이다. 기록용으로 한 곳에 모아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여기에 정리해 보았다.
- 제안서 심사의 법칙 (2019. 1. 29)
- 경쟁이 심하다 보니, 과제에 선정되지 않은 90%의 회사들은 실망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왜’ 우리 회사의 제안서가 선정되지 않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는데, 별다른 피드백이 없이 ‘이번에는 경쟁이 심해서 어쩔 수 없었다’ 혹은 ‘프로그램의 방향과 맞지 않아 부득이 하게 선정할 수 없었다’라고만 연락이 오게 되면 심사위원의 전문성이나, 심사과정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될 것이다. 이게 사실이건 아니건 이런 일들이 반복되기 시작하면 심사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게 되고 그 피해는 모두에게 돌아간다.
- 과제 심사 및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자 (2018. 11. 12)
-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므로 심사 제도는 불완전할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으로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만일, 심사 과정 (누가 심사위원 명단 등)과 심사평 (선정의 이유, 탈락의 이유)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면, 심사 제도에 어떠한 변형을 가한다 한들 (e.g. 암맹 평가제도 등등) 심사 제도에 대한 공정성은 끊임없이 의심받을 수 밖에 없고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오명은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위에 인용한 Carl June 교수의 저 트위터에는 많은 댓글이 달렸는데 그 중 하나를 여기에 인용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The critiques seem quite rational. Many times, a fresh look helps to improve one’s hypothesis”
-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므로 심사 제도는 불완전할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으로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만일, 심사 과정 (누가 심사위원 명단 등)과 심사평 (선정의 이유, 탈락의 이유)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면, 심사 제도에 어떠한 변형을 가한다 한들 (e.g. 암맹 평가제도 등등) 심사 제도에 대한 공정성은 끊임없이 의심받을 수 밖에 없고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오명은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위에 인용한 Carl June 교수의 저 트위터에는 많은 댓글이 달렸는데 그 중 하나를 여기에 인용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 미국 정부는 스타트업에 세금을 지원하지 않는다? (2018. 10. 1)
- 정부가 혁신적인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에 회사의 지분도 요구하지 않고 원금 상환이나 기술료 납부 등도 요구하지 않으면서 수 억 원에서 수십 억 원의 시드머니를 지원해주니, 보다 많은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실패의 부담을 덜고 ‘어쩌다’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혁신 스타트업의 풀이 알아서 커가는 것이다. 굳이 우리나라처럼 무리하게 R&D 기반 창업 장려 정책을 따로 운영하거나, 이공계 일자리 창출과 같은 괴이한 구호를 내건 미봉책들에 예산 낭비할 필요가 없다.미국 정부는 스타트업에 세금을 들여 지원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이는 잘못된 말이다. 그와는 정반대로 세금을 들여 지원하여 뿌린 것 이상의 성과를 거두어들이고 있다. 그럼, R&D 예산으로 GDP의 3.5% 를 사용하는 한국 정부도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지원을 많이 하는데 왜 성과는 안 나오는가 하는 질문을 할 수 있겠다. 미국에선 SBIR 정책을 수립하는 데만 10여년이 걸렸고, 그 후로 40여년간 중단없이 꾸준하게 정책이 지속되어 왔음을 생각해 본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 ‘어쩌다 창업’을 장려하자 (2018. 8. 20)
- 실험실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혁신(Innovation)은 생물학적 나이 만 ‘39세’이하의 소위 ‘청년’ 들에게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또한, 특정 ‘명문’ 대학 출신들이나, 박사와 같이 공부를 오래 한 사람들만이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창업하여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도 편견이자, 나이와 학벌에 따른 명백한 차별임과 동시에 혁신을 저해하는 지원 자격들일 뿐이다. 혁신이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곳에서 일어나는 것이며, 누구에게서나 어디에서나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어쩌다 창업가’들이 점점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전국 실험실의 돌연변이들이 이 곳 저 곳에서 툭 하고 튀어나와 동등한 기회에서 도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밀한 계산을 통해 가설을 세우고 엄격한 실험 과정으로 그 가설을 검증해야 하는 과학 기술 분야에서의 위대한 발견에서도 따지고 보면 ‘우연’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어쩌다 창업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록 혁신의 풀은 더 깊어지고 넓어지며 그 생명력도 길어진다.
- 조급함이 초래하는 실험실 창업 지원 정책의 비효율성 (2018. 7. 9)
- 미국은 [1] 민간 투자 생태계가 이미 잘 형성 되어 있는 상태에서, [2] 투자자들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초기 리스크가 큰 실험실 창업 기업에 시드머니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SBIR’ 을 만들었고 [3] SBIR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들의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서 I-Corps 를 고안했다. 다시 말하면, [1] 민간 투자 생태계의 존재 없이는 [2] 정부의 SBIR 정책은 효과를 거두기 어려우며, 민간 생태계와 SBIR 정책이 자리 잡지 못한 상태에서는 [3] I-Corps 라는 별책부록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미국에서 [1], [2], [3]이 순서대로 자리 잡고 오랜 기간 잘 운영되다 보니, 한 발 더 나아가 I-Corps를 살짝 변형하여서 [4] 미국 내 몇몇 거점 대학에서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는 것인데, 우리는 [1], [2], [3] 은 제쳐두고 별책부록인 [4]에만 꽂혀서 ‘한국형 아이코어’라는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고 대학원생들에게 창업하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 쪼박의 SBIR에 대한 글 모음
-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런치 클럽 강연 영상: https://youtu.be/dYoPs0GmF7E
-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런치 클럽 발표 자료: https://goo.gl/WCEh4m
- 샌디에고 쪼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