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IR 의 심사 과정에 대해 발표를 하고 나면 “우리도 미국 SBIR 프로그램 심사위원들처럼 사업 아이템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 풀이 있었으면 좋겠다, 성공할만한 기술을 제대로 골라낼 수 있는 심사위원이 있었으면 한다” 라는 말씀을 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견 맞는 말 같지만 이게 꼭 그렇지도 않다. 혁신적인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의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제대로 평가하여 성공 혹은 실패를 예상할 수 있는 ‘전문가’ 혹은 ‘전문가 집단’이 세상에 과연 존재할까?
‘전문가’라는 단어가 의미하듯이, 이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자기가 깊숙히 아는 특정 분야를 제외하고는,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아래 유명한 삽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박사학위라는 것이 아주 좁은 분야를 최대한 깊이 파고드는 것이기 때문에, 박사과정 생활을 돌이켜봐도 한 랩에서 몇년간 일하지만 내 프로젝트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가 아닌 이상 같은 랩의 연구라 해도 그 연구의 속성과 잠재력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기는 힘들다. 게다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반드시 미래를 내다보고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Visionary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한 분야를 깊숙히 파고드는 ‘전문가’들과 깊이는 좀 덜해도 넓게 아는 ‘덜 (less) 전문가’ 들이 모여 토론을 해가면서 평가를 내리는 것이 그래도 현실적으로 가장 공정한 평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까지 해도 선정된 과제를 수행하는 스타트업이 비즈니스적으로 성공을 이룰 가능성은 여전히 10% 도 채 안 될 것이다. 그럼 이게 심사위원들의 전문성이 부족해서인가 하면 그건 아니다. 그냥 혁신적인 연구 (Innovative Research)라는게,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이라는게 원래 성공할 가능성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커서 그런 것 뿐이다.
만약에 성공할만한 기술을 제대로 볼 줄 아는 이상적인 전문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미치지 않은 이상 정부 과제 심사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본인이 직접 엔젤 투자자가 되어 하는 것마다 대박투자를 이끌어내던가, VC 들이 앞다투어 억만금을 주고라도 파트너로 모셔가려고 난리일텐데, 뭐가 아쉬워서 푼돈 받으면서 정부 과제 심사를 하겠는가.
- 샌디에고 쪼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