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고의 ‘비영리’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EvoNexus

내가 살고 있는 샌디에고는 실리콘 밸리만큼은 아니지만, 스타트업 생태계가 짜임새 있게 잘 조성이 되어 있다. 스타트업의 숫자나 투자 규모만 보더라도 미국에서 실리콘 밸리, 보스턴, 뉴욕, LA+Orange County에 이어 다섯번째로 큰 규모이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잘 조성된 도시들을 살펴보면 유명한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나 인큐베이터들이 하나씩 꼭 있다. 대표적으로 실리콘 밸리에는 폴 그레이엄과 샘 알트만이 세운,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Y-combinator가 있고, 보스턴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큐베이터’라 자랑하는 Mass Challenge가 있다.  Y-combinator나 Mass Challenge만큼 전국적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샌디에고에도 스타트업 인큐베이터가 더러 있는데 오늘은 그 중 하나인 EvoNexus를 소개할까 한다.  (내 블로그에서 이전에 잠깐 언급했던 비영리 기관인 CONNECT는 1985년에 세워진, 어쩌면 가장 오래된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이긴 한데 스타트업을 입주시켜 멘토링하고 투자까지 직접적으로 연결시켜 주지는 않아 인큐베이터라고 하긴 힘들다.)

비영리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EvoNexus 설립 배경

EvoNexus는 2008년 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미국이 불황을 겪고 있던 2009년, Peregrine Semiconductor의 창업자이자 CFO인 Rory Moore가 샌디에고의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Local 스타트업이 많이 나와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이를 도울 수 있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Statup incubator)가 있어야 한다고 주변의 지인들을 설득하여 시작된 ‘민간 주도의 비영리‘ 인큐베이터이다.

많은 미국의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나 인큐베이터는 ‘민간주도’로 운영되니 이건 특별할 것이 없다. ‘비영리’라는 말에서 보이듯이, 다른 인큐베이터와의 가장 큰 차별점은 미국 국세청 (IRS)에 공식으로 등록된 비영리 단체 (Non Profit Organization)이라는 점이다. EvoNexus는 입주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in-kind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스타트업의 지분을 가져가지 않는다. (Y combinator는 입주 스타트업에 $120,000 를 투자하고 7%의 지분을 가져가며, 다른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들도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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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oNexus의 Founder이자 CEO인 Rory Moore

인큐베이터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샌디에고 지역 기업들로부터 기부를 받거나, 전략적 파트너쉽을 통해 마련한다. EvoNexus의 홈페이지를 보면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Irvine Company, Qualcomm, InterDigital, ViaSat, Cisco 이렇게 5개 회사가 EvoNexus의 ‘Strategic Funding Partner (전략적 펀딩 파트너)‘로 나와있다. 전략적 파트너들은 일정 금액을 (50만-1백만 달러로 추정) 기부 형태로 도네이션 하는 대가로, EvoNexus 인큐베이터에 입주할 스타트업을 고르는 심사 과정에서부터 참여할 수 있고,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과 부합하거나 성장 가능성이 큰 스타트업들의 멘토가 될 수도 있으며, 그 회사가 잘 될 경우 우선적으로 투자하고 M&A까지 할 수 있는 권리, 혜택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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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oNexus의 ‘Strategic Funding Partner’ 5개사

위의 Strategic Funding Partner 사들 외에도 샌디에고 지역의 많은 크고 작은 회사들이 EvoNexus의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연 후원 금액에 따라서 등급이 나뉘는데, 스타트업의 멘토로 참여할 수 있는 Mentor Sponsor의 연회비는 $25,000이다. 그 아래로 Platinum은 $10,000, Silver는 $5,000, Spectrum sponsor는 $2,500의 연회비를 납부하고 등급에 맞게 제공되는 네트워킹 행사나 비공개 행사등에 초대되어 입주 스타트업과 비즈니스를 모색한다.

Link – EvoNexus의 Sponsors (스크롤을 내리다보면 익숙한 회사들이 많이 나오는데 한국의 SK Telecom Americas이나 LG 전자도 보인다. Qualcomm이나 Sony같은 테크 기업은 물론이고 로펌, CPA 회사들도 리스트에서 찾을 수 있다. 로펌이나 CPA 회사들은 스타트업 회사들이 미래의 잠재 고객이기 때문에 후원을 한다고 볼 수 있다)

Pay it forward 문화

EvoNexus의 창업자인 Rory Moore를 비롯하여 어드바이저나 멘토들도 다들 ‘자원봉사’ 형태로 참여하기 때문에 월급이나 인센티브와 같은 금전적인 보상을 받지 않는다. 대부분은 샌디에고의 스타트업 베테랑들과 연쇄 창업자들인 이들이 돈도 받지 않고, 바쁜 시간을 쪼개서 EvoNexus의 인큐베이터 사업을 함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 샌디에고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샌디에고의 가장 유명한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Qualcomm (IT, 통신), Hybritech (제약), Illumina (유전체 진단장비)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 회사들이 1970-1990년대 사이에 스타트업으로 시작하여 지금 시총 수십조원의 대기업들로 성장했다. 저 회사들의 직원들이 또 따로 독립하여 세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이 수백개에 달해 지역 경제를 탄탄하게 지탱하고 있으며, EvoNexus의 어드바이저들은 이런 사실을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2. Pay it forward – 지금의 실리콘 밸리를 만든 바로 그 문화이다. HP의 CEO였던 윌리엄 휴렛 (William Hewlett)이 당시 고등학생이던 스티브 잡스에게 HP에서 주파수 계수기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스티브잡스는 픽사와 애플을 통해 성공한 후, 구글이나 다른 스타트업 창업자의 멘토가 되어주었으며, 이들은 또 다른 스타트업의 멘토가 되어 자기가 받은 혜택을 뒷사람들에게 조건없이 물려주는 ‘Pay it forward’ 문화를 샌디에고 EvoNexus의 성장에서도 엿볼 수 있다.

     – 관련 기사: Paying It Forward: Silicon Valley’s Open Secret to Success

  3. 처음에는 Volunteer로 스타트업에게 멘토링을 해주거나 어드바이저로 도와주다가, 상호 이해관계가 잘 맞아 떨어질 경우에는 그 회사의 Board Member로 영입되기도 하고, 가끔은 C-level 임원 혹은 Vice President등의 타이틀을 받고 정식으로 합류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경우에 EvoNexus는 관여하지 않고 당사자들간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다.)

사무실 임대료 및 유틸리티 (관리비) 비용도 무료제공

EvoNexus의 인큐베이터에 입주한 스타트업 회사들은 EvoNexus에 지분을 줄 필요도 없을뿐더러, 사무실 렌트비도 내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모델이 가능한 것일까?  이는 EvoNexus의 비즈니스 구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Irvine Company라는 파트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Irvine Company는 미국의 유명한 부동산 개발 및 투자 회사인데, 남 캘리포니아에 있는 도시 Irvine 역시 이 회사 이름에서 따왔다.  (이 회사가 도시의 이름을 딴 것이 아니다.)  이 정도로 규모가 큰 Irvine Company는 여러곳에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데, 샌디에고 다운타운에 위치한 Irvine Company 건물의 한 층을 EvoNexus가 인큐베이터 공간으로 사용한다.

Irvine Company가 장소를 EvoNexus 측에 무상으로 제공함으로써,  이 곳에 입주하는 스타트업은 인큐베이터를 졸업하기 전까지 평균 18개월간 사무실 임대료 및 인터넷이나 수도, 전기 등등 기타 유틸리티 비용을 단 한 푼도 내지 않는다.자동차로 출퇴근 할 경우 건물 내 주차장의 주차비만 내면 된다고 하는데 이마저도 할인된 가격으로 가능하다고 하니 이보다 좋은 조건이 더 있을까? 이러한 비용 절약분에 대해 EvoNexus도, Irvine Company도 지분이나 다른 어떤 형태의 financial compensation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럼 Irvine Company는 왜 무상으로 EvoNexus에 건물을 제공하는 것일까?  아주 순진하게 생각한다면 Rory Moore의 취지에 공감하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조금 약게 생각해 본다면, Irvine Company  역시 샌디에고, 어바인 지역에서 스타트업 붐이 일고 그 중 몇몇이 크게 성장하여 지역에 경제성장을 이끌면 젊은 유동인구가 많아지고 이는 곧 부동산 회사의 이익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비영리 단체를 지원하는 것이니 사업상 비용으로 처리하여 세금 혜택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고, Irvine Company는 이렇게 지역 경제, 커뮤니티의 성장과 발전에도 기여한다는 공익적인 메세지를 전할 수도 있다.  실제 Irvine Company의 회장인 Donald Bren이 운영하는 재단의 홈페이지를 보면 초,중,고등학교 및 대학교에 수천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으며, 샌디에고에 있는 번햄 의학 연구소 (Burnham Institute for Medical Research)에도 연구비를 기부하는 등 다양한 기부활동을 펼쳐온 것을 알 수 있다. 현재까지 추산하기로 Donal Bren이 기부한 금액만 $1.3 Billion (한화 약 1조 4천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Irvine Company는 자체적으로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및 코워킹 스페이스인 the Vine을 운영하고 있는데, EvoNexus와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다. EvoNexus 인큐베이터를 졸업한 회사들이 투자를 받고 성장하면서 새로운 장소를 찾게되면 자연스럽게 the Vine으로 입주하게끔 만들어 놓았다. the Vine은 Irvine Company가 운영하는 for profit 인큐베이터이므로, 한 달에 $350+ 정도를 내고 사용해야 한다. Irvine Company로서는 이미 한 번 걸리진 좋은 회사들을 자사의 인큐베이터에 입주시킬 수 있으니 EvoNexus 인큐베이터에 무상으로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 결코 손해는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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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vine Company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인큐베이터이자 코워킹 스페이스 the Vine. EvoNexus 인큐베이터와 같은 건물이 입주해 있다.

EvoNexus의 성과 (2009 ~ June 2016)

이렇게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으므로, 스타트업들의 입주 경쟁률은 매년 약 10:1 정도로 매우 치열하다. 시리즈 A  투자를 받기 전의 초기단계 스타트업들이 주 입주 대상인데, 2016년 7월 현재까지 총 1350여개 회사가 지원했고, 그 중 9.9%인 134개 스타트업만 입주할 수 있었다. 치열한 경쟁률도 놀랍지만, 샌디에고에서 EvoNexus 인큐베이터에 지입주하기 위해 지원한 스타트업이 1300개가 넘었다는 점도 매우 놀랍다.

2009년 EvoNexus의 설립 이후 지난 6년여 동안 EvoNexus 인큐베이터를 졸업한 스타트업들 대부분 (90% 이상)이 Angel 투자자/투자그룹이나 Venture Captial들로부터 시리즈 A 투자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총 17개의 스타트업이 피인수 (Acquisition)되었으며, 그 중 5개는 EvoNexus 인큐베이터에 입주하던 18개월 사이에 인수되었다고 한다. 현재까지 인큐베이터를 거쳐간 스타트업들이 받은 투자금과 피인수 대금을 합치면 $1Billion (한화 약 1조 1천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2016년 6월 말 통계이므로 이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늘어갈 것이다)  샌디에고에서 제대로 한 번 스타트업 붐을 일으켜보겠다는 EvoNexus CEO인 Rory의 목표가 실현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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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현재 EvoNexus 인큐베이터에 45개의 회사가 입주해 있으며, 인큐베이터를 거쳐간 스타트업을 통해 총 $1.041 Billion에 달하는 투자와 M&A deal이 이루어졌다. 여기엔 17건의 M&A도 포함되어있다.

Lean Startup 처럼 운영되는 EvoNexus의 인큐베이터

현재 EvoNexus 인큐베이터는 샌디에고 다운타운, 라호야 (UCSD 근처), Irvine 이렇게 세 군데에 있는데, 샌디에고 다운타운 입주 스타트업은 소프트웨어나 앱 개발 회사들이 많고, 라호야쪽은 UCSD와 Salk, Scripps등의 유명한 생명과학 연구소들이 밀집해 있는 만큼 제약, 메디컬 디바이스, 하드웨어 스타트업 등이 주로 입주해 있으며, Irvine은 2015년에 열었는데 현재는 반 반 섞인 정도라고 한다.  하나 인상적인 점은 세 곳의 인큐베이터를 운영하는 풀타임 인력이 총 6명 뿐이다. EvoNexus 담당자의 말을 빌리자면, EvoNexus도 하나의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입주한 스타트업들처럼 최대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Lean’하게 운영한고 있다고 한다. 정말 맞는 말이다.  스타트업을 멘토링하고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겠다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부터 자금과 리소스가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처럼 운영되어야 한다. 그래야 입주해 있는 스타트업에게 모범을 보일 수 있고,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소위 말하는 ‘헛바람’이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성공한 창업가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된 “순수 민간 비영리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EvoNexus. 조금은 독특하고 무모한 모델로 시작했지만, 6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샌디에고 스타트업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대표 인큐베이터로 성장한 EvoNexus가 앞으로도 더욱 많은 스타트업 성공 스토리를 이끌어 내기를 기대해본다.

샌디에고 쪼박

아마존 서점 (Amazon Books)을 다녀와서

아마존이 시애틀에 이어 내가 살고 있는 샌디에고에 오프라인 서점인 아마존 북스토어 2호점을 열었다. 여름에 연다고 해서 7-8월 손꼽아 기다렸는데 9월 초가 되어서야 공사가 다 끝나고 영업을 시작했다. 제 1호 아마존  북스토어 서점은 지난 6월 가족들과 시애틀 여행을 갔을 때 다녀왔었는데, 이미 뉴스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기존의 서점들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1호점, 2호점 모두 대학가 인근 (University of Washington,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의 쇼핑몰 안에 위치해 있어 젊은 유동인구를 타겟으로 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시애틀의 amazon books 1호점, 얼마전 문을 연 샌디에고의 amazon books 2호점>

독특한 방식으로 책을 진열하는 아마존 서점

아마존 서점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책을 진열해 놓은 방식이다.  아래 그림 왼쪽에 보이듯이 진열해 놓는 것이 일반적인데, 아마존 서점에서는 모든 책이 (100% 모든 책이) 오른쪽에서 보듯이 책 표지가 앞으로 오게 진열되어 있다.  이렇게 하면 매장에 진열할 수 있는 책의 가지수가 적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고객들/독자들의 시선을 보다 잘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일반적인 도서 진열 방법 (왼쪽) vs. 아마존 서점의 도서 진열 방법 (오른쪽)>

책장마다, 진열대마다 각각의 theme이 있다. 아래 보듯이 “100 Books to Read in a Lifetime – our Picks from the Amazon.com List” 혹은 “Staff Favorites” 처럼 Amazon.com에서 책을 구매한 고객들의 구매 패턴을 바탕으로 리뷰 평점이 높은 책들을 우선적으로 진열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는 반스앤노블과 같은 다른 오프라인 서점들이 흉내낼 수 없는 아마존 서점만의 독특한 방식이며, 내 눈에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아래 사진을 보시라. Highly Rated Debut Novels (신간 소설중 Amazon.com 독자 평점 4.5 이상을 받은 책들), Recent Books of the Month on Amazon.com (최근 1개월간 Amazon.com에서 많이 판매된 책들), Most-Wished-For books (Amazon.com에서 고객들이 구매는 하지 않았으나 장바구니에 담아 Wish list로 표시해놓은 도서들) 등 Amazon.com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큐레이션’을 해주고 있다.

그리고 모든 책의 아래에는 Amazon.com에서 구매한 고객들이 남긴 “(1) 리뷰 점수 (예) 5점 만점에 4.9점), (2) 대표적인 독자 리뷰”가 달려있어 책을 구매하기 전에 한 번 읽어볼 수 있다. 물론 스마트폰으로  Amazon.com에 접속해서 책이름을 검색한 후 리뷰를 살펴볼 수도 있지만, 서가를 훑어보며 리뷰와 평점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한 장점이다. 수백-수천명의 독자들의 리뷰가 모여 평점이 매겨지므로, 출판사에서 억지로 만들어낸 ‘베스트 셀러’ 리스트보다 훨씬 더 믿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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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 Ries의 ‘The Lean Startup’ 에 달린 독자 리뷰와 평점. 1087명이 리뷰에 참여했고, 별점 4.4 (5.0 만점)를 주었다>
<그동안 내가 Amazon.com에서 구매한 책들. 책 아래에 보면 평점과 독자 리뷰가 함께 진열되어 있다. 인기있는 책들의 경우 수백명 내지는 수천명의 독자들이 평점을 결정하기 때문에 출판사가 소위 ‘장난’을 칠 여지가 별로 없어 믿을만 하다>

그리고 서가를 훑다보면 역시 Amazon.com에서 독자들의 구매 패턴을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중간중간에 재미있는 제안을 해놓기도 한다. 아래 보면 ‘A LITTLE LIFE’를 구매했던 고객들이 구매했던 책들이 같은 줄에 함께 진열되어있다.  중간에 ‘If You Like’ & ‘You’ll Love’라는 사인이 보이시는지?  굳이 저걸 따라야 할 이유는 없지만, 책 A를 샀던 사람들이 책 B,C,D를 샀었다는 통계를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에게 관심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게 얼마나 많은 판매 유도로 이어질 지는 알 수 없으나, 신선한 시도임은 분명하다.  기존의 서점들은 데이터가 없기때문에 이렇게 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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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전자기기의 체험장으로서의 아마존 서점

모두가 예상했다시피 아마존 서점은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아마존이 판매하는 각종 전자기를 전시하고 고객들이 간단히 체험까지 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인공지능 스피커 Amazon echo부터 시작하여 Amazon Fire TV, Kindle등이 서점 가운데 (시애틀 매장), 혹은 서점 입구 (샌디에고 매장)에 진열되어 있다.  매장에 상주하는 직원이 고객들에게 설명도 해주고, 친절하게 사용해볼 수 있도록 도움도 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즉 온라인 유통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부분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충족시킴으로 더 많은 판매로 이어지게끔 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고객들이 온라인 화면에서만 보는 것보다 직접 만져보고, 소리를 들어보면 실제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라,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전자책 리더인 Kindle은 서가 중간 중간에 책 사이에 배치해 놓아서  고객들이 책을 찾다가 자연스레 한 번씩 눌러보고 사용해 볼 수 있도록 배치해 놓았다. 이쯤되면 Amazon이 이 서점을 통해서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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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진열대 중간에 가져다 놓은 Kindle. 책을 훓어보면서 자연스레 한 번 쳐다보고 버튼을 눌러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아마존 서점에서 아쉬운 점들

지난 3월에 아마존 서점이 샌디에고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거의 6개월을 손꼽아 기다렸다.  6월에 시애틀에서 아마존 서점에 들렀다 온 이후 그 기다림은 더 간절해 졌는데, 샌디에고의 2호점에서는 아쉬운 점들도 몇가지 눈에 띄었다.

첫번째는 가격 정책의 변화이다. 아래 그림의 왼쪽은 6월에 시애틀에서 찍어온 것이다. 아마존 서점에서 파는 모든 책들과 전자기기들의 가격은 Amazon.com에서 파는 것과 동일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Store prices are the same as Amazon.com)   따라서, 고객들은 사고싶은 책이나 전자제품이 있으면 가격 걱정, 배송 걱정 할 필요 없이 바로 사들고 오면 된다. 아마존의 입장에서도 배송비를 아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몇 달 사이 이 정책이 살짝 바뀌었다.

그 사이에 바뀐 오른쪽 그림의 파란색 안내문을 보자.  1년에 $99 (+주 세금)을 내는 ‘아마존 프라임’ 고객들은 여전히 도서와 전자제품을 Amazon.com과 동일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그런데, ‘아마존 프라임’ 고객이 아닌 일반 고객들은 전자제품만 Amazon.com과 동일한 가격에 판매하고 도서는 할인된 가격이 아닌 ‘정가, 즉 List price’를 다 주고 사야한다.

아래 사진을 보자. ‘The Wolf Road’라는 소설의 정가 (list price)는 $26 이다. 아마존 프라임 멤버가 아니면 저 돈을 다 내고 사야한다. 아니면 아마존 프라임 Trial을 한 달간 무료로 사용해 보던지. 만약 내가 아마존 프라임 멤버라면 정가를 다 주지 않고 31.9% 할인받아 $17.70만 내고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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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의 1호 아마존 서점을 약 반 년간 운영하면서 얻은 결론인지, 아마존 프라임 멤버 수를 늘리는 데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확실히 아마존 프라임 멤버라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아마존 프라임 멤버가 아니라면 이 곳에서 굳이 책을 살 이유는 없다.  Amazon.com에서 구매하고 시간 좀 걸려도 프리쉬핑을 받을 수도 있고, 반스앤노블과 같은 곳에서 30%까지는 아니라도 10-15% 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List Price를 다 주고 사지는 않을 것이다.

두번째로 아쉬운 점은 책을 앉아서 읽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시애틀 1호점은 그래도 창가를 따라 간이 벤치가 있었는데, 샌디에고 2호 서점은 장소가 협소해서인지 잠시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아래는 한국의 교보문고 내부의 모습이다. ‘책 읽는 문화공간’을 표방한 교보문고는 독자들이 서점 내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을 마련해 놓았다.  서점에 갈 때 소소한 재미 중의 하나였는데, 아마존 서점에서 이런 것까지 바라는 것은 무리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 약간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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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http://glipoto.tistory.com/313

샌디에고 쪼박

우리 회사 Advisor인 Larry Bock, 56세에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다

지난 주에 아주 슬픈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 회사 NanoCellect Biomedical의 Strategy Advisor이자 저희들의 멘토였던 Larry Bock이 췌장암으로 인해 56세의 나이에 돌아가셨습니다.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은 작년 11월 쯤에 들어서 이미 알고는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세상을  떠나시게 될 지는 몰랐습니다. Larry Bock은 저희 NanoCellect가 정말 아이디어만 있던 초기 단계에 있을 때부터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저희에게 따끔한 조언과 따뜻한 위로, 격려를 해주셨던 분이라 상실감이 더 컸습니다.  저희 CEO인 Jose는 Larry를 아버지처럼 따랐는데, 이 친구는 저보다 충격이 더 큰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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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아래 왼쪽에 계신 분이 Larry Bock 입니다.  Larry가 우리 Adviser로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고 아래 맨 오른쪽의 Wally Parce 역시 Larry의 소개로 만나 저희 회사 Adviser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Larry Bock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써놓지 않으면 그냥 잊어버리게 될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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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Xconomy

Entrepreneur, Investor in Life Science and Biotechnology

Larry Bock은 제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샌디에고에서 가장 유명한 바이오 분야의 연쇄 창업가이며, 투자자입니다. 저희 회사를 비롯한 여러 스타트업의 Adviser 혹은 Board 멤버로서 참여하였습니다. 현재까지 Larry가 창업했거나 초기에 투자한 회사들의 시가 총액 (스타트업의 경우 valuation으로 계산)이 약 $70 billin 에서 $100 billion (한화로 약 78조원에서 114조원 정도)에 달한다고 합니다.(출처:Larry Bock’s Linkedin)  정말 대단하죠.

Larry는 Maine 주에 있는 Bowdoin College 에서 생화학 (Biochemistry) 학사를 받고 당시 샌프란 시스코에서 시작된 Genetech에 조인했습니다. 그 곳에서 일하면서 Life science business 쪽에 눈을 뜨게 되었고, UCLA Anderson School of Management에서 MBA 학위를 받았습니다. MBA 학위를 받은 것이 1985년인데, 이 때 Athena Neuroscience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합니다. 28살에 창업한 첫 회사 Athena Neuroscience는 성공적으로 IPO (기업공개)까지 마친 후에 1996년에 $625 million (한화 약 7천억원)에 Irish drug company인 Elan에 인수되었습니다.  이 첫번째 성공을 시작으로 Larry Bock은 이후에 약 50개의 스타트업을 직접 창업하거나, 초기 단계의 seed investor로 참여하게 됩니다.  놀라운 점은 Larry가 29세 되던 해에 Stargardt disease (스타가르트 병, 황반 변성의 일종이라고 하네요) 진단을 받아 시력을 점점 잃어갔다고 합니다. 돌아가시기 전에는 Legally Blind 상태였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절하기는 커녕 첫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수십개의 혁신적인 바이오테크 회사를 세웠다는 것이 그저 경이롭고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50개 회사의 리스트는 여기에서 찾아보실 수 있는데 그 중 유명한 회사들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 1995년에 Microfluidics에 대한 공부를 마친 후 Caliper Life Sciences를 창업하여 6년 후인 2011년에 PerkinElmer에 $600 million에 매각하였습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시작한 George Church 교수와 Microfludics 분야의 대가인 George Whiteside 교수를 Caliper에 고문으로 영입하기도 했지요.

[2] 1998년에는 현재 전세계 유전체 분석 장비 1위 제조 업체인 Illumina를 창업하게 됩니다. 2016년 7월 13일 Illumina의 시가 총액은 $21 billion (한화 약 24조원)에 달합니다.

위 두 회사 외에도 저런 비슷한 스토리가 48개 정도 더 있는건데요, 이렇게 어마어마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Larry Bock이 실은 의대를 가려고 했었는데, 지원했던 14개 의대에서 모두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얼마나 다행입니까? Larry 본인은 물론이고 Larry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50개의 회사에서 일하는 모두들에게, 그리고 샌디에고에서 일하고 있는 저에게 말이죠. 🙂

USA Science and Engineering Festival의 창업자 Larry Bock

일일이 하나 하나 나열할 수 없을만큼 기업가로서, 투자자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던 Larry Bock은 자신이 몸담은 공동체, 샌디에고 커뮤니티 그리고 나아가 미국의 과학, 기술의 미래에 대해 많은 우려를 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Larry의 오랜 친구인 벤처 캐피탈리스트 Ivor Royston에 의하면, Larry Bock은 미국 공립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과학과 공학 교육의 실태를 우려하였으며, 미국이 보다 뛰어난 과학자를 양성하여 계속해서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가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He was very generous and polite. He never tried to grab the limelight. He just wanted to help,” Royston added. “Larry also was very concerned about the state of science and engineering education in schools. He wanted the nation to produce better scientists, and to have them become more competitive throughout the world.” (출처: San Diego Union Tribune)

그래서 2008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샌디에고에서 San Diego Science Festival을 개최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Illumina, Qualcomm, Life Technology와 같은 샌디에고의 기업들로부터 후원을 받아내고 샌디에고 시를 비롯하여 UCSD, SDSU등의 대학들과도 협력하여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루었습니다. 당시 저는 대학원생이었는데, 대학원 학생회 소속으로 San Diego Science Festival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었고 거기에서 처음으로 Larry Bock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저희 회사의 동료인 Jose와 William도 당시에 대학원생, 포스닥이었는데 Larry Bock을 도와 이 행사의 웹사이트를 만드는 등 자원봉사를 열심히 하였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저희가 2010년 NanoCellect를 창업하게 되고 Larry Bock이 저희 회사에 Adviser가 되었습니다.  참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그저 운명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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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Festival에서 찍은 사진.  이미지 출처: USA Science Festival Homepage

 2009년에는 샌디에고를 벗어나 미국의 수도인 Washington DC에서 전미 과학, 공학 페스티벌 (USA Science and Engineering Festival)을 개최하게 됩니다. 돈도 벌만큼 벌었고 그냥 편히 쉬면 될 것 같은데, 눈도 잘 안 보이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무엇하러 이렇게까지 했을까… 이에 대한 답은 2014년 San Diego Union Tribune과의 인터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헐리웃 스타, 팝스타, 스포츠 스타에 열광하며 그들의 성취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축하하는데 반해 과학/공학은 왜 그렇지 못한가 반문합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미국에서 과학과 공학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축제를 열고, 이것을 새로운 것들을 창조해나가는 원동력으로 삼자는 것이지요.

“As a society, we get what we celebrate. We celebrate athletes, pop stars and Hollywood actors and actresses, but we don’t celebrate science and engineering. So why not have the largest celebration of science and engineering in the U.S., and that’s what we have endeavored to create.” (출처: San Diego Union Tribune)

Larry Bock이 췌장암 4기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올해 1월에 전화를 한 적이 있었는데, 어디냐고 물었더니 대뜸 Las Vegas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유명한 병원이 있느냐 물었더니 그게 아니고 CES (Consumer Electronics Show)에 참석하고 있다고 해서 놀란 기억이 납니다. 췌장암 4기여도 하고 싶은 것, 내게 중요한 것을 하기 위해서는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 일화가 아닐까요.  제 블로그의 이 짧은 글에 다 담기에는 너무 훌륭한 분이 돌아가셔서 아직도 마음이 아픕니다만, Larry Bock이 남겨놓은 위대한 유산을 잊지 않고, 저희 NanoCellect에 보여주었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다짐해 봅니다. 그리고, Larry 처럼 내가 속한 community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해야겠지요.

R.I.P Larry…

샌디에고 쪼박

타인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우리 회사 NanoCellect 가 얼마전에 받은 시리즈 A 펀딩에 이어 후속 투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여러 투자자들과 미팅을 계속하고 있다. 몇 년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VC나 엔젤 투자자들 사이에 네트워크가 촘촘하게 얽혀 있어서 자기들끼리 서로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듯 하다. 하긴 하루에 수천 개의 스타트업이 생기는데 투자자들이 그 많은 회사들을 일일이 다 만날 수가 없으니 네트워크를 동원해서라도 1차 스크리닝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반대로 스타트업들도 나름대로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VC나 엔젤 투자자들의 정보를 공유한다. 꼭 선량한 투자자만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잘못된 투자 받았다가는 오히려 안 받으니만 못할 수도 있으니까. ‘평가’는 이렇게 양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우리 회사에 투자한 VC인 FusionX가 우연히 샌프란 시스코의 한 VC와 우연히 연락이 닿았는데, 그 VC를 창업한 사람 F가 나의 박사과정 지도교수님 (이자 우리회사 co-founder & scientic advisor)의 제자였다고 한다. 나의 지도 교수님은 UCSD에 2000년에 오시기 전, Cornell 대학에서 10여년 간 교수 생활을 하셨는데,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이 친구  F와 첫 스타트업을 만들어서 2004년에 회사를 매각하였다. 물론 F, 교수님 모두 돈은 벌지 못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

아무튼, 말이 나온 김에 F에게 우리 교수님에 대한 Reference를 부탁했더니 아래와 같은 답이 왔다. F가 보낸 이메일을 다 옮기진 못하지만, 조금만 공개하자면

Good lord. The world is a Nano-small world. He was my PhD advisor at Cornell. He and I started our first companies together. (중략…) He’s a genius and an ultra creative guy !!!!!

(세상에! 세상 정말 좁구만요! (Nano-small). 그 분은 제가 코넬에 있을 때 박사과정 지도교수였고, 저와 함께 첫번째 회사도 시작했었죠…. 교수님은 진짜 천재적이고 굉장히 창의력이 뛰어난 분입니다)

이메일의 마지막은

“His involvement is about the only due diligence item I need !!!”으로 끝난다.

바꿔 말하면 우리 지도 교수님이 관련된 회사라면 이순재 아저씨 마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투자하겠다는… 이보다 더 강력한 메세지가 어디 있을까.

묻지도 따지지도.jpg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이 이메일을 보신 교수님께서 나를 부르시더니 하신 말씀. “성환, 너도 한 10년후에 누군가 나에 대해 물어보면 저렇게 대답해줘야 한다, 알았지?”  그래서 나도 “물론이죠. Cornell만 UCSD로 바꿔서 쓰겠습니다”라도 대답했다. F가 쓴 이메일의 내용에 나도 거의 대부분 동의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신용도 (credit)이나 명성 (reputation) (professional, personal 모두)이 정말 중요한데, 그것은 결국 타인의 reference를 통해서 평가된다. 내가 아무리 ‘내가 말이야 이 분야에서 방귀 좀 뀌는데…’ 라고 말해봐야 아무도 믿지 않는다. Linkedin만 조금 뒤져 보아도 웬만한 사람들에 대한 reference check을 하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

더 중요한 점은 (더불어 무시무시한 점은) 나의 상사, 윗사람 만이 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전/현 직장에서 나의 동료들이나 제자들, 혹은 후배들 등 나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나를 평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동료나 제자/후배들이 주는 평가가 때로는 더 적나라하고 정확할 지도 모른다.

과연 10년 후에 나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어 있을까?

샌디에고 쪼박

  • 추가: F는 첫 회사의 CEO였는데 VC에 의해 결국 교체되었고, 회사가 매각된 후에도 돈은 벌지 못했다. 그 후 다시 회사를 창업하여 이번에는 VC투자 없이 SBIR이나 정부 과제등을 이용하여 회사 지분 희석 없이 10여년간 회사를 운영하다 2년여 전에 다른 회사에 M&A되면서 큰 돈을 벌었다. 그리고 지금 세번째 회사를 창업하면서 동시에 VC도 시작했다고 한다. 첫번째 회사에서 자기가 채용했던 Cornell시절 대학원생들, 포스닥들을 자기 손으로 Lay-off해야 했었는데 두번째 회사를 운영하면서 그 중 상당수를 불러들여 가족과 같은 회사를 만들었다.

Tesla 의 Model X의 잔고장 뉴스에 대한 단상

며칠전, 13만 8천달러 (한화 약 1억 6천만원)에 육박하는 테슬라의 SUV ModelX가 잦은 고장으로 고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는 기사가 테크 크런치에 실렸다. 2015년 9월에 출시된 Model X는 세단인 Model S와 견줄만한 승차감, 3.2초의 제로백, 뒷좌석에 장착된 Falcon wing door, 생화학 무기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공기 정화기능 장착 등 숱한 화제를 뿌리며 비교적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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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la의 SUV 인 MODEL X (이미지 출처: TechCrunch)

기사를 읽어보면 재미있는 점이 있다. 배터리 수명이나 오토 파일럿과 같은 테슬라만의 특별한 성능에서 발생하는 문제일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운전석이나 조수석 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는다거나 창문이 안 열리거나 안 닫히는 등의 ‘자잘한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정 모델에서는 뒷좌석의 Falcon wing door가 자동으로도 안 닫히고, 이를 수동으로 직접 닫으려 해도 latch가 걸리지 않는 결함도 보고되고 있다. 벤처 캐피탈리스트인 Byron Deeter는 차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한 손으로는 운전석 문을 잡은 채로 운전해서 간신히 중요한 미팅에 참석할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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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ModelX의 소유주 Byron Deeter의 트윗

뿐 만 아니라, 테슬라의 운전석 옆에 있는 큰 스크린(infotainment screen)이 이유없이 얼어 버리기도 한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자잘해 보이지만, 운전자의 안전과 관련된 심각한 이슈이다.

안그래도 최근 대박 히트를 쳤던 Tesla의 보급형 전기차 (3만 5천 달러) Model 3 선주문 관련하여 대량 제조 경험이 부족한 테슬라의 납기 준수와 품질관리에 우려를 보이는 시각이 있는데, Model X에서 발견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지 궁금하다.

아래는 테크 크런치 기사에 소개된 Byron Deeter의 인터뷰 중 발췌한 내용이다. 엔터테인먼트 기기에서 자잘한 에러가 나는 것과 자동차에서 에러가 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라는 말이다. 전자는 좀 짜증만 나고 말지만 (물론 이것도 굉장한 감정소모이기는 하다), 후자의 경우는 내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에서 소프트웨어의 성능 향상이 매우 중요하고 그것이 Tesla의 강점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자동차로서 가장 중요한 안전 문제와 품질 관리를 소홀히 하면 안 될 것이라는 것이다.

Still, he notes, putting up with a glitch with a new entertainment device is one thing; it’s a rather different story when the newest gadget to fail you is your car…”It’s definitely a reminder that quality control with human mobility and safety is critical,” says Deeter.

‘안전 (Safety)’ 과 ‘품질 (Quality)’

개인적인 견해로는, 소프트웨어적인 마인드로 하드웨어나 바이오테크 산업에 뛰어들 때, 이 쪽에서도 ‘Lean startup‘ 방법을 써서 일단 MVP (Minimum Viable Product)를 시장에 내놓고 고객의 반응을 살펴 봐가며 개선하면 기존의 방법보다 훨씬 더 빨리 제품을 개발하여 제품을 출시하고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게 말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Tesla와 같은 자동차 메이커를 예로 들어본다면, 제로백이나 승차감 같은 기능이 분명 중요하며 고객이 제품을 구매할 때 고려하는 사항들이긴 하나, ‘운전자와 동승자의 안전’에 관련된 이슈들을 100% 완벽하게 해결하기 전에는 제품을 출시하지 않아야 한다. 운전 중에 문이 완전히 닫기지 않거나, 주행 중 오토 파일럿 모드가 갑자기 멈춘다면 운전자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즉, 안전에 관련된 부분에서는 MVP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견해이다. Minimum safety라는 말이 있을 수 있나? 안전에 관련된 성능을 베타 테스트 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짓이다.

다행이 운전자의 생명에 위협을 가할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문제가 있는 부품을 새로 교체한다는 것은 대부분 그 부품이 들어간 모듈 혹은 그 이상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는 것과 같다. 이를 위해 부품을 다시 조달하고, 판매된 제품을 다시 수거하여 교체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자칫 어설픈 제품을 출시했다가는 뒷처리에 몇 곱절 비용이 들 수 있다. 소프트웨어처럼 앱스토어등을 이용하여 손쉽게 큰 비용 안 들이고 업그레이드 버전을 배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품질 관리 (QC)를 대충하고 MVP 제품 내놨다가 자칫 불량이라도 발생하면 불량품 회수하고 다시 만들어서 줘야하니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 막는 꼴’이 될 수 있다. 왜 많은 제조업체들이 QC에 그 많은 돈을 쓰고 어쩔 때는 출시일도 몇 주 씩, 몇 개월 씩 미루는지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제조업 중심의 하드웨어 회사가 소프트웨어 산업에 진출하는 것이 매우 어렵듯이, 그 반대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품질 관리’와 ‘안전’에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므로 많은 경우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데, 이 간극을 이해하는 것이 처음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뭐든 남들이 하는 것은 쉬워보이고, 프로젝트의 디테일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모든 것이 간단해 보이는 법이다. 하지만,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면 계획한대로, 밖에서 봤던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내부에서 개발할 때에는 lean startup의 방법론을 적용하여 개발할 수 있겠으나 첫 제품을 출시할 때 ‘안전’ 과 ‘품질관리’ 측면에서 이슈가 발견되면 그 즉시 모든 프로세스를 멈추고 이슈를 해결하는데 집중해야한다.

샌디에고 쪼박

실리콘 밸리로 회사를 옮겨야 할까?

실리콘 밸리로 회사를 옮겨야 할까?

한국에 있는 많은 스타트업 회사들도 한국을 넘어 미국을 비롯한 및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시장이 큰 미국에 진출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크기 때문이겠지요. 투자를 받기 위해 VC, Angel 투자자들이 많은 실리콘 밸리로 오는 경우도 있고, 뛰어난 엔지니어들을 채용하고 싶어서 실리콘 밸리로의 회사 이전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분명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그 때의 미국 경제 상황 및 시장의 흐름에 따라 장점도 있을 것이고 단점도 있을텐데요, 해외의 스타트업이 실리콘 밸리로 옮기면 어떤 좋은 점들이 있을까요?

스웨덴 출신의 이민자로 Graph Database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인 Neo Technology의 CEO인 Emil Eifrem이 TechCurnch에 “Lessons in moving your startup overseas to Silicon Valley“라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Neo Technology는 스웨덴에서 창업되었는데, 2011년 시드 라운드 투자를 받기위해 과감하게 실리콘 밸리 지역의 San Mateo로 이사왔습니다. 실리콘 밸리로 이사한 이유는 다른 스타트업과 비슷한데, Emil Eifrem이 5년여간 실리콘 밸리에서 투자도 받고 스타트업을 운영하다보니 실리콘 밸리의 장점은 겉으로 보이는 풍부한 투자자금이나 뛰어난 엔지니어들만이 아님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첫째로, 많은 이들이 실리콘 밸리의 강점으로 뛰어난 엔지니어들이 넘쳐나는 것을 첫 손에 꼽지만, Emil은 그 뒤에 숨어 드러나지는 않으나, business developmen, sales, marketing, product development 등을 담당하는 “비 엔지니어”들의 역할이 실리콘 밸리를 테크 기업의 메카로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단순히 탑 엔지니어들만을 리쿠르팅해서 한 곳에 모아놓는다고 해서 기업의 성패가 가려진다면 스타트업은 구글, 애플, 페북등을 당해낼 수 없겠죠. 이것으로 승패가 갈리는 게임이라면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패배할 수 밖에 없겠지만, 실제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실리콘 밸리에서 새 비지니스를 일구고 테크 기업들에 인수되기도 합니다.

두번째로 이건 너무 중요해서 원문을 그대로 옮깁니다.

 “Mentors are the real gold in Silicon Valley


과거에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을 거둔 베테랑 창업자, 연쇄 창업자 혹은 성공한 스타트업에서 묵묵히 서포팅하며 성공을 도왔던 financial, sales, marketing 담당자들이 자신의 바쁜 시간을 투자하여 지식과 경험을 나누어 주려는 ‘Pay it forward’ 문화가 실리콘 밸리의 금쪽같은 자산이라는 것입니다. Emil은 이것만 보더라도 실리콘 밸리로 회사를 옮겨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네요. Emil 역시 2011년 회사를 San Mateo로 옮긴 이후 VMWare의 Senior VP였던 Ron Johnson에게 주기적으로 멘토링을 받았다고 합니다. Ron이 이렇게 한 이유는 단지 시간을 내서 스웨덴에서 온 젊은 창업자를 도와주고 싶어서 였다고 하네요.

“all because he was willing to take time out of his schedule to help a young entrepreneur from Sweden” 

비단 실리콘 밸리 뿐 아니라 제가 사는 샌디에고도 규모는 작지만 매우 비슷합니다. 수십년 동안 오랜 시간에 걸쳐 구성원들이 만들어 온 비즈니스 저변, 스타트업 생태계, 그리고 성공한 기업가가 새로운 길을 계속해서 개척해 나가면서 후배들에게 모범적인 롤모델을 제시하고,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아낌없이 나누고자 하는 노력들이 모여 오늘날의 ‘실리콘 밸리’가 된 것이라는 말입니다. 이를 보지 못하고 실리콘 밸리의 투자금액이나 멋진 건물 외관, 훌륭한 직원 복지등 ‘외형’만 보고 모방하려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자칫하단 실리콘 밸리를 만들었던 원칙과 같은 중요한 것들은 가져오지 못하고, 실리콘 밸리의 단점들 (예를 들어 테크업계의 버블, 심각한 임금 격차 등)만 가져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 샌디에고 쪼박

창업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창업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제가 techNeedle 기사를 쓸 때 자주 참고하는 Xconomy에 아주 흥미로운 기사가 올라와서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미국 시간으로 지난 2월 3일에 올라온 기사인데요, 제목은 ‘Ex-Tech CEO Steps Out of Retirement to Reinvent Medical Walker‘ 입니다. 이미 은퇴한 77세의 전직 테크 스타트업 CEO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들이 걸을 때 보조해 주는 의료용 보행기, Medical Walker (아래 그림 참조)를 새로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2014년에 시작했는데 (그 분 연세 75세에) 2016년 2월 제품을 출시했다는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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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한 보행 보조기 (Medical Walker) | 이미지 출처: Xconomy

이 회사의 이름은 ProtoStar입니다.  Homepage에 가보니 회사의 모토는 ‘Re-inventing Assistive Mobility’라고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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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toStar의 로고 | 이미지 출처: ProtoStar

연쇄 창업자 (Serial Entrepreneur) Dave Purcell

ProtoStar 의 창업자이자 CEO인 Dave Purcell은 샌디에고에서 4개의 테크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험이 있는 연쇄 창업자 입니다. 1985년에 본인이 창업한 Ryno Electronics라는 회사를 Western Micro Technology에 매각하였으며, 포스터 혹은 대화면 디지털 프린터를 주 제품으로 하는 Encad라는 회사를 창업하여 1992년 IPO (기업 공개, 상장)한 후 2002년에 코닥 (Kodak)에 당시 금액으로 $23 million에 매각한 경험이 있습니다. 성공적인 Exit 이후에도 샌디에고의 많은 Private, Public 회사 (e.g. Metallic Power, Lpath 등) 의 이사회 (Board of Director) 멤버로 활동하다가 몇 년 전 은퇴하였다고 합니다.  아래 그림 왼쪽이 Dave Purcell의 사진이고 오른쪽은 Encad의 대형 프린터 입니다.

 

75세에 다시 창업을 결심한 이유

돈도 많이 벌고 은퇴한 분이 왜 갑자기 75세가 되어서 스타트업을 시작하셨을까요? Dave Purcell은 2016년 현재 연세가 77세이신데요, 2년여 전 아내인 Jean이 거동이 불편하여 ‘의료용 보행기 (medical walker)’를 사용하다가 자주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아내를 위해 좀 더 안전하고 사용하기 편한 보행기를 만들고자 직접 소매를 걷어붙였다고 합니다.  인터뷰에서 Dave Purcell은 아래와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I watched her with a walker, and I thought, ‘Hell, I can do better than that,” (아내가 보조기를 사용하는 걷는 것을 보았는데, 내 생각에는 내가 하면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ProtoStar라는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는데, ‘felt personally compelled’, 즉, 75세의 고령임에도 이 회사를 시작해야만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시작했다고 하네요.

스타트업을 하시는 분, 특히 헬스케어 계통에서 일 하시는 분들 중에는 가족이나 친지, 친한 친구가 질병이나 장애로 고통을 겪는 것을 보고 그것을 도와주기 위해 일을 시작하신 분들이 꽤 많은데요, Dave Purcell도 아내를 위해 안전한 보행기를 만들겠다는 강한 동기가 70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다시 스타트업에 뛰어들게 한 것 같습니다.

드림팀 구성

스타트업을 시작하겠다고 결심한 후 Dave Purcell은 초기 자금을 출자하고 함께 할 동료들을 규합합니다. 40여년의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함께 일했겠습니까? 그 중에서 고르고 골라 정말 말 그대로 드림팀을 구성했네요. 공동 창업자들과 매니지먼트 팀을 꾸리고, 회사를 투명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운영할 이사회 (Board of Director)도 구성했습니다. 홈페이지에 가시면 테크놀로지, 메디컬, 법률, 재정 분야의 베테랑들이 공동창업자와 이사회 멤버로 로 함께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중 유명한 몇 명만 언급하자면, Peter Farrel은 샌디에고 북쪽 칼스배드의 RedMed (NYSE: RMD)라는 회사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이며, Steven Garfin은 UCSD 의과 대학의 정형 외과 교수이자 학과장입니다. 또다른 이사회 멤버인 Drew Senyei는 San Diego의 벤처 투자사 Enterprise Partners Venture Capital의 매니징 파트너이며, Craig Andrews는 샌디에고 지역의 생명공학 및 의료기기 분야의 스타트업과 수십년간 일해온 변호사 입니다.

ProtoStar의 첫 제품 – Life Walker Upright

ProtoStar가 2년간의 연구 개발을 거쳐 출시한 제품은 “Life Walker – walking is life” 입니다. 고령으로 혹은 장애로 인해 걸을 수 없는 사람들을 다시 ‘걷게 해준다는 것’은 그들에게 새로운 생명 (Life)을 주는 것과 같다는 의미가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아직 젊고 건강하여 걷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저는 상상만 할 뿐이지만, Dave Purcell이나 그의 아내 Jean 그리고 수많은 Senior Citizen들에게는 저 제품의 이름과 로고의 의미가 정말 절실하게 와닿지 않을까요? 일단 가격은 $1,800 로 책정했다고 합니다. 기존의 제품에 비해 다소 비싼 것이 사실이나, 낙상으로 인한 부상을 방지할 수 있고 사용자가 보다 편하게 당당하게 걸을 수 있게 해준다면 충분히 투자할 만 하다고 생각됩니다.

LiftWalker_TM

ProtoStar가 제시한 통계 자료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보행 보조기 시장의 규모는현재 $4 Billion (약 4조 8천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실제 2013년에는 8백 50만개의 보행 보조기가 판매되었다네요. 반면 노인들의 낙상으로 인한 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 비용은 2013년에 $34 Billion에 (약 40조원)달하며 2020년에는 무려 $68 Billion (약 80조원) 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합니다. 아래 원문 발췌했습니다.

ProtoStar estimates the global market for mobility products is roughly $4 billion, with more than 8.5 million devices sold in 2013. According to the company, the total cost of fall injuries was $34 billion in 2013, and is expected to rise to nearly $68 billion by 2020.

아무래도 평균 수명의 증가로 인한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이니까요. (미국에는 현재 65세 이상의 인구가 1천 2백만명이라고 하네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고 있다는 한국도 상황은 비슷하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ProtoStar를 설립하고 Lift Walker를 만들게 된 동기는 아내 Jean 때문이었는데, 개발 및 테스트 과정에서 뇌성마비 (cerebral palsy) 혹은  척추갈림증 (spina bifida)을 앓는 어린 환자들을 위해 크기가 작은 Lift Walker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 못 만들 이유는 없어보입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그들에게 걷는 기쁨을 주고,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해줄 수 있을테니 Dave Purcell과 그 동료들은 지금 아주 행복하지 않을까요?

Smart Walker를 만들겠다는 ProtoStar의 포부

ProtoStar는 인터뷰 말미에 의미심장한 말을 했는데요, 다음 제품은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이 탑재된 Smart Walker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노인이나 환자들이 걸을 때마다 사용하게 되니 보행 습관이나 자세등을 모니터링하고 낙상의 위험을 경고하거나 사고가 생길 시 보호자에게 알리는 기능이 탑재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어쩌면 파킨슨 병 환자들이 손을 떠는 것을 상쇄하여 조금 더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숟가락을 개발하여 2014년 Google에 인수된 Liftware처럼, 파킨슨 병 환자들이 편하고 안전하게 보행을 할 수 있는 보행 보조기를 개발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예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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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 병 환자들의 손떨림을 상쇄하여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설계된 Liftware의 숟가락

* Liftware를 사용하는 실제 환자들의 모습 동영상: Liftware

후배들을 위한 롤모델

젊은 시절 성공을 거둔 연쇄 창업자들이 후배들을 위해 멘토가 되어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거나 스타트업의 이사회 멤버가 되는 것은 실리콘 밸리를 비롯한 미국 창업 생태계에서 흔한 모습이며,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 8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창업하여 제품 개발까지 완료하고, 인공 지능을 이용한 차세대 제품 개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Dave Purcell의 이야기는 제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Lead by example (모범을 보여 타인을 리드한다) 이라는 말이 이보다 잘 어울리는 경우가 또 있을까요?

  • 샌디에고 쪼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