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How to Succeed with a Kid Boss (or Just Be One)“이라는 재미있는 기사를 페북에 올라온 뉴스피드에서 읽었습니다. 제 짧은 영어실력으로 발번역 하자면 “나보다 나이 어린 상사와 성공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 (혹은 나보다 나이 많은 부하직원을 잘 다루는 방법)” 쯤 되겠네요. 미국 와튼 스쿨 (Wharton School)의 Peter Cappelli 교수가 쓴 책 “Managing the Older Worker: How to Prepare for the New Organizational Order“을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였습니다.

Cappelli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미국인들이 은퇴 시기를 늦추고 더 오래 일하고 싶어하는 추세인데, 모든 사람이 회사의 임원이 될 수는 없는데다 임원과 같은 관리직을 기피하는 사람들도 꽤 많아서 날이 갈수록 젊은 (어린) 관리자 – (상대적으로) 나이 많은 부하 직원의 조합이 늘어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다보니 직장 내에서 묘한 긴장관계가 형성이 되고 젋은 관리자와 나이 많은 부하직원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Cappelli 교수는 이러한 “New Organizational Order”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앞으로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 강조하고 있습니다. 나이 어린 상사와 나이 많은 부하직원이 함께 일할 때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조언도 기사에 짧게 실려있네요. 아래와 같습니다.

1. Put yourself in their shoes. Imagine what they’re thinking.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 상대방이 어떤 생각일지 한 번 상상해보라)

2. If you’re the older subordinate: offer up your help. Don’t call out their lack of knowledge, but find ways to offer your experience as an asset to the team. A good manager will take advantage. (당신이 나이가 많은 부하직원이라면: (나이 어린 상사를) 도와주어라. 나이 어린 상사가 잘 모른다고 지적하는 것 보다는 전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당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똑똑한 상사는 (나이가 어려도) 당신의 경험을 잘 이용하여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3. If you’re the younger boss: treat the older employee more like a partner. Office life in the 21st century doesn’t have to resemble the tradesmen model where a master oversees his novice apprentice. A manager should help employees prioritize and excel at what they do best. (당신이 어린 상사라면: 나이 많은 부하직원을 ‘파트너’로 대하라. 21세기의 사무환경이 장인-도제식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매니저로서 당신은 (나이에 상관없이) 팀원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저는 위의 글을 읽으면서 얼마전에 보았던 영화 ‘인턴 (The Intern)’이 떠올랐습니다.  뉴욕의 스타트업의 30대 여성 CEO인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이 은퇴한 70대의 벤 휘태커 (로버트 드니로)를 회사의 인턴으로 채용한 뒤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다룬 영화입니다. 한국에서도 꽤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영화에서 나이 어린 상사 줄스와 (엄청나게) 나이 많은 벤이 함께 일하며 보여주는 모습들이 바로 Cappelli 교수의 조언에 딱 맞는 롤 모델입니다. 나이 많고 인생 경험 풍부한 ‘벤’은 ‘줄스’를 곁에서 지켜보며 조언이 필요할 때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도움을 주고, 줄스는 그의 조언을 귀담아 듣고 위기를 넘기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제 기준으로 (명작이라고 까지는 하지 못해도) 꽤 괜찮은 수작임에는 분명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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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인턴과 30대 CEO가 한 오피스에서 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The Intern” – 이미지 출처: http://www.theinternmovie.com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미국에서는 나이로 위계서열을 따지는 문화가 (아주 없지는 않지만) 한국처럼 심하지는 않아서 나이 어린 관리자, 나이 많은 부하직원/팀원이 함께 일하는 경우를 실제로 지난 11년간 심심찮게 보곤 했습니다. 그렇더라도 나이 어린 상사와 나이 많은 부하가 함께 일하는 것은 미국에서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Cappelli 교수의 조언이 바로 그 증거죠. 재미있는 것은 미국에서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서로의 나이를 잘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외모에서 차이가 나서 알아볼 수 있는 정도라 하더라도 속으로 짐작만 할 뿐이죠. 설령 내 상사가 나보다 나이가 어려도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굳이 관리직으로 가기를 원치않는 엔지니어들은 50세, 60세가 되어도 은퇴하지 않고 자기 전문분야에서 계속 일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실리콘 밸리는 물론이고 제가 사는 샌디에고에도 50대, 60대의 회로 설계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저만해도 NanoCellect 에서 CTO로 일하면서 저보다 10살-15살 많은 엔지니어 분들을 채용해서 함께 일한 적이 있습니다. 한 달 전 새로 채용한 하드웨어 엔지니어도 저보다 나이가 훨씬 더 많으십니다. 아마 한국이었으면 제가 좀 불편해서 같이 일하기 꺼렸을 것이고, 그 분들도 어린 상사 밑에서 일하기 껄끄러우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그 분들은 제가 가진 열정을 좋게 보아주셨고 당신들의 전자, 광학 관련 전문 기술이 바이오테크라는 새로운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시고 굉장히 즐겁게 일하셨습니다. 저 또한 그 분들과 함께 밤낮으로 일하고 실험하면서, 책이나 논문에서는 배울 수 없는 소중한 실무 지식들을 배움으로서 엔지니어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일과중 가끔씩 차 한잔 하면서,  혹은 식사를 함께하면서 그 분들이 들려준 지난 직장에서의 경험들, 예를 들어 잘 나가던 회사가 갑자기 망했다거나 일 잘 하다가 중간에 레이오프된 경험 등을 담담히 말씀해주셔서 제가 겪어보지 못한 스타트업의 부침과 비즈니스의 매정함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산 교육이죠. 저희 같은 스타트업의 경우엔 창업자들 나이가 20대-30대정도로 어리다보니 나이 많은 엔지니어나 팀원을 채용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젋은 창업자들이 똑똑할지는 몰라도 ego가 굉장히 강한 경우가 많은데, (물론 강한 ego가 장점이 되기도 하죠) 경험많은 베테랑들과 함께 일하면 실수를 줄이고 감정을 잘 다스리는 법을 익혀서 비즈니스맨으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족이지만, 아래 사진은 지난 6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전시회를 성황리에 마치고 저희 회사 CEO와 저, COO가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CEO는 80년대 초반, CTO인 저는 70년대 후반, COO는 60년대 초반에 태어났습니다. 나이 차이가 꽤 나지요? 이 친구들하고 알고지낸 지 6년, 회사에서 함께한 지 5년여가 다 되어가지만 단 한번도 나이 때문에 갈등이 생긴 적은 없었습니다. 서로의 나이도 서로 친해진 후 알게 되었죠. 불과 3년 전이에요. 만약에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이 따지고 학번 따지며 서열 매겼다가는 회사가 여기까지 오기는 커녕 멱살잡이 하다가 헤어졌을겁니다.

나이를 따지는 문화가 서열을 매기는 것이 본래의 목적은 분명 아니었을 것입니다. 연장자는 나이 어린 사람을 보호하고 나이 어린 사람은 연장자의 경험과 지혜를 존경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유교 사상과는 관련이 없고 나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이 곳 학교에서도 ‘동생들은 보호하고 어른들의 조언에는 따르라’고 가르칩니다. 어른들의 조언이 틀렸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비록 나이가 어려도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대화를 통해 더 나은 결론을 도출하지요. 나이를 따지는 우리의 오래된 문화도 원래의 목적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NanoCellect_CEO_CTO_COO

샌디에고 쪼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