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샌디에고에서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인 NanoCellect Biomedical에서 co-founder이자 CTO로 일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세워진 것은 2009년 12월이니 어느새 5년 반이 지났네요.  저희 회사는 세포를 분석하고 분류하는 작은 기계를 만드는데, 이 글에서는 회사의 자세한 기술에 대한 이야기보다 제가 미국 샌디에고에서 스타트업을 하게 된 과정을 많은 분들과 공유할까 합니다.  사실은 2015년 1월부터 마음먹고 있었는데, 글을 완벽하게 써서 올리려고 욕심을 부리다보니 시작도 하지 못하고 어느새 8월이 되어서, 그냥 편하게 글을 써서 올려보기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

저희 회사가 다른 스타트업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바이오 하드웨어 개발업체임에도 외부 투자금을 아직 한 푼도 받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NanoCellect는 100% 미국 정부의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인 SBIR (Small Business Innovation Research)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15년 8월 현재까지 미국 국립 보건원 NIH (National Institute of Health)으로부터 SBIR 프로그램을 통해 약 $6.4 M (77억원 정도)의 펀딩을 유치하였습니다.

SBIR은 이름그대로 혁신적인 (Innovative)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Small Business, 종업원 수 500 미만)들이 개발 초기 죽음의 계곡 (Death of Valley)를 건너는 데 도움을 주고자 만들어진 정부 프로그램입니다.  소프트웨어나 ICT 분야에 비해 기술개발 및 최소기능제품 (MVP) 제작에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가는 바이오테크나 국방, 에너지 분야 스타트업들은 초기 벤처투자를 유치하기가 매우 어려운데 (투자자 입자에서는 위험이 너무 크므로), 연방정부가 따로 예산을 배정하여 대학교, 연구소에서의 연구가 논문으로  끝나지 않고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매력은 SBIR에 지원해서 받게되는 돈은 대출 (Loan)이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갚아야 할 필요도 없고 지적재산권도 100% 스타트업이 소유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즉, 외부투자를 받을 때 일어나는 지분희석 (equity dilution)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죠. 기술력을 검증받은 과제를 수행하는 회사에게 아무 조건없이 주는 펀딩 (no string attached)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SBIR 프로그램의 연간 예산이 우리돈으로 약 2조 4천억원 정도 되니, 기술기반 스타트업 생태계 형성에 큰 도움이 됩니다.  미국정부, 특히 국립보건원 NIH의 SBIR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보다 자세하게 다음 글에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있는데다, 미국 대학들은 Technology Transfer Office (TTO)를 통해 발명자들의 창업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어서, 이공계 대학원생들이나 포스닥 연구원, 교수들은 마음만 먹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제 박사과정 지도교수님도 NanoCellect를 창업하기 전에 2개의 회사를 창업하셨던 경험이 있으셨고, 저도 그런 교수님 밑에서 4년여간 배우다보니 알게모르게 이 쪽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UCSD) TTO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회사 설립 직후에는 SBIR 지원 프로포절을 쓰면서 샌디에고의 유명한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CONNECTSpringboard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비즈니스에 대한 교육을 받고 샌디에고의 벤처투자자 및 엔젤 투자자들과 네트워킹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도 갖게 되었습니다. 스타트업도 결국은 비즈니스이고, 다른 비즈니스가 그러하듯 네트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제 파트너들과 저희 팀원들이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정말 열심히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솔직히 2009년을 돌이켜보면 이미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저에겐) 시제품 전시회까지 마치고 얼리 어답터들에게 테스트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당연히 어려움이 많을텐데, 누구 말마따나 어차피 제품은 시장에서 평가받고 성공/실패가 판가름나는 것이니 담담하게 지켜보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잠깐 머리식히고 싶을 때,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이 곳에 지난 이야기들 하나씩 하나씩 올리겠습니다.

샌디에고 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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