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첫번째 글에서 SBIR은 대출 (loan)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따라서 SBIR 펀딩을 받은 스타트업이 성공 혹은 실패 여부와 관계없이 나중에 정부에 돈을 갚을 필요가 없습니다. 게다가 회사에서 개발한 모든 지적 재산권 (특허, 트레이드마크 등등)은 고스란히 그 회사의 소유가됩니다. 영어로 No string attached라고 하는데요, (거의) 아무런 조건 없이 지원해 준다는 의미입니다. 미국 정부는 Tax payer’s money가 R&D의 상용화에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감시하고 선정 시스템을 공정하게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뿐입니다. SBIR을 통해 회사가 성장하면 고용이 늘어나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되니, 결과적으로 장기적인 이득을 연방정부가 보게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결국의 국민의 혈세를 통해 고용 창출이라는 방법으로 되돌려주고 나아가 국가 경제를 성장시키는데 밑거름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죠. 그렇기에 1982년에 제정되어 30년이 넘은 세월동안 프로그램의 기조가 유지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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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부터 현재까지 대통령만 하더라도 레이건, 부시, 클린턴, 부시(아들), 오바마까지 5명이 바뀐데다 정권도 공화당, 민주당, 공화당, 민주당으로 바뀌었음에도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액수는 오히려 매년 조금씩 (0.1% 정도) 오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SBIR과 같은 제도가 10년-20년 이상의 장기 비전을 바탕으로 운영된다면 진정한 산-학-연 체제가 확립되고, 대학(원)생이나 교수 혹은 연구원들의 기술기반 창업이 활성화되어 현재 침체에 빠진 대기업위주의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과제 선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설령 과제 선정 프로세스가 다소 길어지더라도 투명성, 공정성을 높여 이 과제에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가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미지 출처: https://sbir.nih.gov/apply/submission-dates
이미지 출처: https://sbir.nih.gov/apply/submission-dates

위의 그림에서처럼 NIH SBIR의 경우 1년에 3회 지원 (4월, 9월 12월 초)이 가능합니다. 간혹 특별 프로그램들이 6월이나 10월에 시행되는 경우들이 더러 있지만, 정규 SBIR은 연 3회 입니다.  예를 들어, 4월 초에 과제에 지원하면 5월말 경에 저희 제안서를 심사할 심사위원 선정을 마치고 모든 심사위원의 이름과 소속, 지위등이 들어간 명단 (Study group roster)를 받게됩니다. 즉, 누가 나의 제안서를 심사하는지 다 공개되지요. 대개는 20-30명 정도인데, 보통의 연구제안서 심사와는 달리 제품 상용화에 대한 심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대학교나 연구소의 교수들과 동종업계 회사의 CTO, CSO등이 70:30 ~ 80:20 정도로 섞여서 심사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아래는 2011년 11월 6일 있었던 당뇨 및 비만 등의 대사질환 치료제 개발 SBIR 제안서를 검토한 심사위원 (reviewer)들의 명단입니다.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어서 누구든 볼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말씀드린대로 기술 타당성 검토를 심사할 Professor들이 많이 있고, 제품개발 및 비즈니스 타당성 검토를 위해 몇 몇 회사들의 Vice President, CEO, COO 등도 참석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제품 양산 및 상용화가 목적인 Phase II 과제를 심사를 할 때에는 Feasibility test 가 주목적이던 Phase I에 비해 교수들의 숫자가 조금 줄어들고, 회사에서 보다 많은 심사위원들이 참석하기도 합니다.

이미지 출처: http://internet.csr.nih.gov/Roster_proto1/meeting_roster.asp?stdate=11/6/2014&enddate=11/6/2014&grcode=10&srg=EMNRS&SRGDISPLAY=EMNR-S&agsqnum=274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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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보고 공정하지 못하다거나, 우리 제안서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되면 NIH에 이의를 제기하여 조정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4월초에 제출한 뒤 7월초에 reviewer들이 Washington DC에 모여 하루동안 제안서 검토를 마친 후 스코어를 매기게 되는데, 이 스코어를 기준으로 펀딩이 결정됩니다.

그럼 SBIR의 심사기준 (Review criteria)를 잠깐 살펴볼까요?

  1. Significance: 제안서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를 심사합니다.
  2. Investigator: 연구 책임자 (PI, Principal Investigator)와 공동 연구 책임자 (co-PI)가 해당 연구과제를 수행할 능력이 갖추어져 있는가를 심사합니다.
  3. Innovation: 문제해결을 위해 제안한 기술이 기존에는 없는 새로운, 혁신적인 기술인지를 심사합니다
  4. Approach: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은 잘 짜여져 있는가, 실험은 잘 계획되어 있는가, 잠재적인 위험요소에 대한 검토는 했는가 등을 심사합니다. 
  5. Environment: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실험장비 및 실험공간은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가를 심사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online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심사가 끝나고 나면 program officer (펀딩 담당자)가 심사 보고서를 각 회사에 보내줍니다. 이 보고서에는 reviewer들이 각각의 제안서에 대해 비판한 내용들, 칭찬한 내용들이 모두 들어가고, 이렇게 하면 더 좋겠다는 제안들도 들어갑니다. 때로는 비판이 너무 직설적이어서 깜짝 놀랄때도 있고,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2012년에 제가 연구책임자 (PI)로 과제를 하나 제출했는데, Investigator 항목에서 너무 낮은 점수를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이유는 제가 박사학위를 받은 지 겨우 1년 밖에 되지 않은데다, 공학 전공이라 복잡한 생명공학 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지 의문이라는 것이었죠.  개인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터무니없는 소리는 아니라 받아들였습니다. 🙂  아쉽기는 하지만, 심사위원들도 공정한 심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음을 알기에, 보고서를 자세히 읽고 저희가 부족한 부분들을 개선하고 reviewer들의 제안을 제품개발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일례로 저희가 지원했다가 처음에 거절되었던 Phase II의 경우 12페이지 제안서에 10페이지 review 보고서가 작성되어 돌아왔습니다. 10페이지에 달하는 review 보고서에 언급된 모든 문제들을 보완하여 4개월 후에 다시 제출하였고, 이 두번째 시도에서는 $1.8 million (21억원) 펀딩을 받았습니다. 과제를 제출하고 review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근무 분야의 전문가 그룹 (교수들과 회사의 기술관련 임원들)으로부터 기술 및 비즈니스 컨설팅을 받게 되는 것이므로, 설령 펀딩을 받지 못하더라도 초기 창업자들은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펀딩을 받은 startup의 기술은 최소한 그 분야 전문가 그룹에게 검증을 받은 셈이라 초기 기술개발에 대한 risk가 줄어들어 향후 투자유치에도 도움이 됩니다.

세상의 어떠한 제도도 사람들이 만들고 운영하는 한 100% 완전할 수는 없습니다.  SBIR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제도의 불합리한 점은 조금 더 합리적을 바꾸기 위한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래야 비로소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지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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