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멘토로 따르는 한 소프트웨어 회사의 창업자이자 CEO의 이야기이다.  본인이 (아무리 한글로 작성된 블로그라도) 온라인에 사진과 이 사연을 올리는 것은 하지 않았으면 하셔서 아쉽게도 이번 글에는 사진이 없고, 이름도 이니셜만 쓴다. 이니셜은 MS (Microsoft  아님)

이 분, MS는 Stanford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해서 17년이 넘게 운영해오고 계시다. 작년 한 학회의 Innovation session에서 처음으로 직접 뵙게 되었다. 이야기를 너무 재미있게 하셔서 45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기억이 난다.

MS의 회사 창업 초창기, 그러니까 돈도 없고 사람도 부족하고 내일은 어떻게 될지 다음달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있을지 아주 막막하고 불안했던 시절, Stanford를 졸업하고 내노라 하는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명문대 교수가 되어 잘 나가던 다른 동료들의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한없이 초라함을 느꼈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MS의 아내는 당시 의대를 졸업하고 외과의가 되기 위해 레지던트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둘 다 굉장히 바쁘고, (아마도 의대과정에서 받았을 론 갚느라) 경제적으로도 그닥 넉넉하지 않았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모처럼 둘이서 저녁을 먹기 위해 식탁에 앉아 서로의 하루에 대해 물어보았다.

아내: 자기 오늘 하루는 어땠어?

MS: 오늘은 정말 힘들었어. Bad day야 bad day…

아내: 무슨 일인데 그래? 얘기 좀 해줘봐.

MS: 오늘 컨퍼런스 콜이 3 건 있었어. 투자자들과 2 건, 우리 고객과 한 건. 우리 고객은 소프트웨어 버그 때문에 불만이 많아서 전부터 컴플레인을 자주 했었는데 오늘은 거의 한계에 도달했는지 다신 사용하고싶지 않다고 하더라고. 우리들 고객 대응이 아주 unprofessional하다고 까지 말했네. 투자자들은 내 pitch를 듣더니 이 쪽 시장이 그리 큰 것 같지 않고, 자기들 투자 분야랑 맞지 않는다고 거절을 했고. 하루 종일 일했는데, 해결한 것은 하나도 없고 문제는 계속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으으 최악의 날이야.  빨리 잊어버리고 싶어, 이런 날은.   당신은 어땠어? 병원에서 별 일 없었어?

아내: 나는 오늘 아주 좋은 날 (Good day) 이었지.  🙂

MS: 아, 다행이네. 우리 둘 중 한 명은 그래도 좋은 날을 보냈다니. 어떤 일이 있었길래?

아내: 내 환자 중 아무도 오늘 죽지 않았어.

MS: …..

아내: 내가 돌보던 환자가 죽으면 Bad day인데, 오늘은 아무도 죽지 않았으니 Good day지.

이 날 아내와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나눈 대화로 인해 MS는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의 가치, Good day와 Bad day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 날 이후 왠만한 일에는 낙담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고 달려드는 기질, 소위 맷집이 늘었고 그 덕에 지금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창업자 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힘든 하루는 있을 터. 힘든일이 있을 때마다, 그만두고 싶고 주저않고 싶을 때마다 생각해볼만 한 이야기인 것 같아 짧게 블로그에 메모한다.

#아내말을새겨듣자 #오늘하루잘버티면GoodDay인것을

  • 샌디에고 쪼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