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말, 우리 회사 나노셀렉트는 $10 Million (한화 약 120억원)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이후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 중 가장 큰 변화는 이사회 (Board of Directors)에서 새로운 CEO를 세운 것이었다. 이사회 멤버들은 시리즈 B를 투자받은 현 단계에서 회사를 성장시키고 상장 혹은 M&A를 해 본 적이 있는 사람, 그 상황에 처해봤던 (who has been there, done that) 사람을 CEO 로 데려오길 원했다.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마다 CEO가 해야하는 일들, 창업자들과 CEO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다르다는 것 쯤은 책을 통해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새로운 CEO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우리들 모두 심적으로 힘들었고 (처음엔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일시적이었지만 회사 내부 구성원들의 동요가 있었다. 하지만 시리즈 B 이후 우리 회사가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는 이사회의 의견에 결국 모두 동의하고 이 결정을 받아들였다.
오랜 기간동안 공들여 적격자를 찾고 인터뷰 끝에 적임자를 찾았다. 우리 회사의 두번째 CEO로 합류한 크리스는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다우 케미컬 (The Dow Chemical Company) 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다우 케미컬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90년대 초반 당시로서는 꽤 생소했던 실험실 자동화 및 로봇 (Lab automation + Robotics )분야 스타트업을 창업하였다. 대개 스타트업들이 그렇듯 크리스도 부침을 겪으며 고생하다가, 2000년 초에 대기업 Beckman Coulter 에 이 회사를 매각하었다. 첫 창업에서 엑싯을 한 아주 드물고 운 좋은 케이스였는데, 그 10여년 동안 말못할 고생 많이 했다고 한다. 스타트업 초기 시드 자금은 창업자들이 회사를 다니며 모은 돈과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의 장인어른으로부터 빌린 돈으로 충당하였다고 한다. 물론 이 돈은 엑싯 후 빌린 돈에 이자까지 쳐서 다 갚았지만.
보통 저렇게 대기업에 인수되고나면 2-3년 묶여있다가 그만두고 나와서 새로 스타트업을 하던가, 투자자로 변모하던가, 아니면 아예 은퇴하는 경우가 많은데, 크리스와 동료들은 Beckman Coulter 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면서 승진을 거듭하여 Senior VP까지 올라갔다. 4년 전 규모가 더 큰 대기업 Danaher에 Beckman이 인수되면서 Global Strategy 부문을 담당하기도 했었는데, 이 당시 그의 주 업무는 전 세계에 있는 대학 및 스타트업의 기술 및 제품을 쫘악 스캔 및 due diligence 하여 인수할만한 기업을 찾아내는 것이었다고 한다. 진흙속에 묻혀 있는 진주를 찾아내는 것이 그의 주 업무였던 셈이다. 사실 이 부분에 우리 회사의 이사회가 후한 점수를 주었을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스타트업 창업 경력에 대기업에서 성장, 여기에 스타트업 인수 담당자로서 업무 경험이 더해져 있었으니 우리에게 딱 필요한 사람이라고 본 것 아닐까. 이 분 말씀으로는 많은 대기업들이 내부 연구개발 보다는 유망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을 인수하는 것으로 회사의 성장을 이룬다고 한다. 그러는 편이 훨씬 더 비용면에서 효율적이고 성공확률도 높기 때문이란다.
대기업 회사 내부에서 신제품 연구 개발 제안을 올리면 이를 승인하는 대신 ‘이걸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회사를 3개 찾아내 실사을 진행하라’는 주문이 떨어졌었다고 한다. 연구 개발에 2년 이상 걸린다고 말하면 기업 내부에서는 거의 100% 승인이 나지 않아 그런 기업들의 내부 R&D 인력들은 이에 실망하여 회사를 떠나기도 하는데, 재미있는 점은 그들이 퇴사 후 모여 퇴짜 맞은 아이디어로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그게 또 잘 되어 전 직장에서 인수하여 금의환향을 하는 경우도 꽤 된다고 한다.
암튼 매년 M&A에 수 조원 (수조원 맞다) 이상 쓰지 않으면 대기업이 성장할 수 없어서 눈에 불을 켜고 인수할만한 기업들 (주로 스타트업) 및 라이센싱할 기술들 찾아다녔었다고 하는데, 그 덕분에 비행기는 정말 원없이 지겹도록 탔다고 한다. 크리스와 점심 먹으며 이런 대화를 나누다가, 이래서 미국에서는 Biotech 쪽에서도 M&A가 활발하구나,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들에게도 성공의 기회가 있구나 싶었다 단, 기술력이 뛰어나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때에 한해서 이겠지만.
- 샌디에고 쪼박
안녕하세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창업에 관한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연락처를 찾지 못해 제 이메일을 남겨드립니다. 언제라도 좋으니 여건이 되신다면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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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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