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한국의 생물학 연구정보 센터 (BRIC)의 과학협주곡에 “과제 심사 및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자” 라는 글을 기고한 후 “SBIR 과제 공고 부터 과제 심사/평가 – 선정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까지 공개하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이메일,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한국 스타트업 대표님들, 특히 정부과제에 지원해 보셨던 분들이 연락을 주시는데, 열이면 열 모두 심사 과정에 (심지어는 그 전인 과제 기획 단계부터) 대해 엄청난 불신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에 위 글을 BRIC에 기고하게 되었다. 그분들의 불만사항은 크게 아래와 같았다.
- 연구자 제안 과제 (Investigator initiated) 가 별로 없이 아직도 ‘하향식’ 기획과제 위주이다 (NIH SBIR은 반대로 3분의 2인 66% 가 ‘상향식’ 연구자 제안 과제이다)
- 과제 공고가 나오고서, 제안서를 내야하는 마감일까지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 누가 내 과제를 심사하는지 알지 못한다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다)
- 사후 당락여부만 알게될 뿐 ‘왜’ ‘어떤 이유에서’ 떨어졌는지 (혹은 뭐가 좋아서 우리 과제가 선정되었는지) 피드백이 없다.
이런 문제들이 반복되니 정부 과제 기획 및 심사/선정 과정에 불신이 생기는 것도 이해는 간다.그그래서, 미국 정부의 스타트업, 중소기업 R&D 지원 과제인 SBIR 프로그램은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가는지에 대해 간단히 부연설명을 해보고자 한다.
내가 직접 경험한 NIH SBIR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말씀드리자면 아래와 같은 정보는 인터넷에 다 공개가 되어있어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RePORT NIH Data Book). SBIR 과제를 수행한 몇몇 회사의 동의를 얻어 공개한 SBIR Phase 1, 2 심사 보고서 (Summary Statement)를 비롯한 각종 SBIR 과제 관련 자료들은 누구나 SBIR website 에서 다운로드 받아서 볼 수 있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1. SBIR/STTR Funding 과제 공고는 아래 URL에 가면 테이블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다. 1년에 3회 지원가능하니 과제 공고 및 지원시기가 예측 가능하고, 본인이 좋은 제품 개발 아이디어가 있다면, 지원서를 작성할 시간은 충분하다.
- 그리고, NIH SBIR/STTR의 경우 67%의 과제는 Investigator initiated 즉 연구자 주도의 과제들로 구성된다. 즉, ‘상향식’ 과제 제안 방식이다. NIH 에서 직접 RFP (Request for Proposal)을 통해 ‘하향식’으로 내려오는 기획과제는 3분의 1에 불과하다.
- 예를 들어, 2016년에 NIH에서 총 1,847개의 SBIR award를 수여했는데 (Phase I, Phase II, Bridge 모두 포함) 그 중에 67%에 해당하는 1,244개가 Omnibus, 즉 Investigator initiated (연구자가 제안하는 과제)였다. (데이터 출처: NIH RePORT)
https://sbir.nih.gov/funding/individual-announcements
2. SBIR/STTR 과제 신청서를 온라인으로 접수하고 나면, 얼마 후 심사위원 리스트를 보내준다. 심사위원 리스트는 아래 URL 에 가면 대부분 찾아볼 수 있다. Phase 1, 2에 따라 그 비율은 다르지만 교수, 정부 연구소의 연구원, 일반 회사의 연구 관련 임원이나 CTO/CEO 들로 구성되어있다. 그 리스트에 적힌 20-30명의 심사위원들 중 3명이 내 과제를 심사하게 될 것이다.
https://public.csr.nih.gov/…/SmallBusinessAndTechnologyTran…
3. 심사 후 심사 결과보고서 (Summary Statement)를 과제에 지원했던 각 회사에 보내주는데, 좋은 결과를 받은 심사 보고서 샘플도 온라인에서 볼 수 있다. 아래 URL에 가면 SBIR 뿐 아니라 다른 NIH 연구 과제의 샘플과 과제 심사 결과보고서를 PDF로 다운로드 받아볼 수 있다. 회사 이름과 민감한 정보들은 가려져 있지만, 대략 어떤 식으로 과제 평가보고서가 작성되는지 알 수 있어 한 번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
https://www.niaid.nih.gov/grants-contra…/sample-applications
4. 어떤 회사가 SBIR을 몇 개를 받았는지, SBIR/STTR로 올해 얼마의 지원금을 받았는지, 어떤 과제를 수행했으며 연구 책임자도 누구인지도 구글링만 하면 다 찾아볼 수 있다. 내 과제는 떨어졌는데, 경쟁사는 SBIR을 받았을까 궁금하다면 바로 검색해보면 된다.
예를 들어, 아래 URL 타고 가면 유전체 분석장비 세계 최고의 기업이자 시총 $44B (한화 약 50조원) 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일루미나 (Illumina)’ 가 설립 초기였던 (1998년 창업) 1999-2005년 사이에 27개의 SBIR/STTR 과제에 선정되어 총 870만 달러 (약 99억원)를 받았음을 알 수 있다.
https://www.sbir.gov/sbc/illumina-inc
이 페이지 우측 상단의 ‘Search’란에 23andme를 쳐보면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지금은 유니콘 스타트업(상장 전 기업가치 $1billion – 1조 2천억원 이상인 회사)으로 성장한 ’23andme’ 가 SBIR/STTR로 약 44억원의 지원금을 받아서 연구개발을 진행한 것을 알 수 있다. https://www.sbir.gov/sbc/23andme-inc
위와 같은 정보들이 공개되어 있으므로 최소한 과제 선정 및 평가에 있어서 누가 누구를 잘 봐준다거나, 심사위원과 지원 회사가 서로 짜고 친다는 등의 의심은 하지 않는다. 부정/부패를 막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게 공개하는 것이다. 과제 운영도 심사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불완전할 수 밖에 없지만, 이 과정에서 공개할 수 있는 정보는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최소한 공정성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지원 과제 선정과정에서의 공정성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 것, 여기에서부터 효율적인 과제 운영이 시작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SBIR 과제 운영 방식에서 보듯이 비결은 별 거 없다. 과제 기획 단게 부터 평가, 선정 결과를 발표하는 전 과정을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이렇게 해서 점차 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것, 신뢰비용을 줄이는 과정이 현재 ‘저신뢰 사회’인 한국에 반드시 필요하다.
- 쪼박의 SBIR에 대한 글 모음
-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런치 클럽 강연 영상: https://youtu.be/dYoPs0GmF7E
-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런치 클럽 발표 자료: https://goo.gl/WCEh4m
- 샌디에고 쪼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