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NECT의 2014년 보고서 – 샌디에고의 스타트업 생태계 – 1에 이어 2편입니다. 본 글은 CONNECT의 2014년 Innovation Report 를 참조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오늘은 지난 1편에 이어 샌디에고의 Innovative Technology/Life Science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현황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크게 벤처 캐피탈 투자, 엔젤 투자, SBIR/STTR 정부 지원으로 나누어 정리했습니다.
벤처 캐피탈 (VC: Venture Capital) 투자
2014년 샌디에고의 스타트업에 벤처 캐피탈이 투자한 액수는 총 $805 million (약 9천억원) 입니다. 2013년에 비해서 약 10%정도 증가하였으니 일단은 긍정적이네요. $805 million의 투자금이 98개의 스타트업에 투자되었다고 하니 평균적으로 한 회사당 $8 million 조금 넘게 (약 90억 정도) 투자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산업 분야별로 보면, 42개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에 $495 million (약 5600억원)이 투자되었고 23개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 $108 million (약 1400억원)이 투자되었습니다. 바이오테크는 평균적으로 회사 당 $11 million을,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은 회사당 $4.7 million 정도를 투자받았네요. 아무래도 바이오 테크 스타트업은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 비해 실험실과 장비를 구비하는데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자받은 것일 것입니다. 위 두 분야에 이어 반도체 및 의료기기 스타트업들이 각 $48 million ($8 million per deal) , $42 million ($7 million per deal)의 벤처 투자를 받았습니다.
위에서는 평균적인 투자액수만을 언급했는데요,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MoneyTree 보고서에서 투자받는 회사를 4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저 분류에 따르면, 저희 NanoCellect는 Early stage에서 Expansion stage로 건너가려고 부단히 삽질 노력 중이네요.
1. Seed stage: 설립된 지 18개월 미만의 스타트업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대략적인 개념만 정립되어 있고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중
2. Early stage: 설립된 지 3년 미만의 스타트업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테스트가 진행중이다. 매출이 발생거나 아직 매출 발생 전 단계의 스타트업.
3. Expansion stage: 제품이 생산되고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매출이 발생하고 성장하는 중이다. 회사에 따라 이익을 낼 수도있고 아닐 수도 있다.
4. Later stage: 지속적으로 매출이 늘고 있으며 이익을 내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공개 (IPO)를 노리거나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가는 스타트업)
아래 표에 나와있듯이 Early stage 단계에서 가장 많은 $394 million을 투자받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Deal 개수도 41개로 가장 많고 평균 투자액도 한 회사 당 (deal 당) $9.6 million에 달합니다. 반면, Seed 단계에는 가장 적은 액수가 투자되었으며 2011년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Seed 단계에는 회사의 제품이나 시제품이 나오지 않은 상태이므로 투자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벤처 캐피탈들이 망설이는 것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투자를 해서 수배 혹은 수십배에 달하는 이익을 받는 것이 벤처 캐피털의 비지니스이니 리스크는 최대한 피하고자 하는 것이겠지요. 저는 당연하다고 봅니다.

엔젤 투자 (Angel Investment)
그럼 벤처캐피탈의 투자가 부진한 Seed stage 회사에 엔젤투자자들이 얼마나 투자했는가를 살펴보겠습니다. 2014년에 샌디에고에서는 총 $37.7 million의 엔젤 투자가 이루어졌습니다. 우선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엔젤투자 그룹인 TCA (Tech Coast Angels: 캘리포니아, 특히 남 캘리포니아에 주로 투자하는 엔젤 그룹)에서 총 $8.3 million을 샌디에고 스타트업에 투자했습니다. 스타트업 당 약 52만불정도 투자받은 셈이죠. 대개 Seed stage에 있거나, 이제 막 Early stage로 들어선 초기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니 벤처캐피탈보다 투자 액수는 적습니다만 저 규모의 회사들이 시제품을 만들고 빠르게 성장하는데 절대적인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액수가 조금 적어 보이는데, 2014년의 $8.3 million 투자는 2013년에 비해 약 27% 증가한 수치라고 하네요. TCA 이외의 개인 엔젤 투자자 혹은 투자 그룹에서 총 $29.4 million을 투자했다고 합니다.
미국 정부의 SBIR/STTR 프로그램을 통한 펀딩
(SBIR/STTR에 대해서는 이미 제가 포스팅해서 설명드렸으니 이 글에서는 샌디에고의 스타트업들이 얼마나 이 프로그램에 펀딩을 받았는지 위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2014년에 벤처 캐피탈에서 $805 million, 엔젤투자그룹이 $37.7 million을 샌디에고 스타트업에 투자했는데요, 과연 정부 지원프로그램인 SBIR/STTR에서는 얼마나 지원 받았을까요? 2014년 한 해 185개의 스타트업이 SBIR 펀딩을 받았고, 28개의 회사가 STTR 펀딩을 받았는데, 총 액수가 $99 million에 달한다고 합니다. 2011년부터 꾸준히 $100 million정도 받다가 2013년에 잠시 $78 million으로 주춤했다가 (이건 2013년 당시 미국 연방 정부 예산문제가 주된 원인일 것으로 짐작됩니다. 저희 회사도 2013년에 들어와야 할 돈이 늦게 들어오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시 회복한 액수 입니다.

Funding agency 별로 보면 NIH/CDC/FDA등에서 $57 million, DoD (국방부)에서 $28 million의 SBIR/STTR 펀딩을 받았습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Life science쪽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은 늘어난 반면 DoD 쪽은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샌디에고 스타트업들이 NIH 등에서 받은 $57 million의 SBIR 펀딩은 NIH의 2014년 SBIR 총예산의 8%를 상회하는 높은 수준입니다.
연간 총액 $100 million 이면 벤처캐피탈 투자 금액의 약 1/8이고 엔젤투자 금액보다는 훨씬 더 많습니다. 즉, SBIR/STTR은 샌디에고의 technology/lift science 스타트업들의 초기단계에 정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금입니다. 특히 STTR이나 SBIR의 Phase I 은 Seed stage 초기 혹은 Seed로 가기 전에 아이디어와 팀(team)만 있는 스타트업 (편의상 pre-seed라 부르겠습니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벤처캐피탈은 물론이고 엔젤투자자들도 리스크가 커서 투자를 망설이는 pre-seed/seed stage 스타트업에 정부가 나서서 민간이 채우기 힘든 부분을 맡아주는 것입니다. SBIR/STTR 지원을 받아 잘 성장한 회사들이 Early stage나 Expansion stage에 도달하면, 후속으로 벤처캐피탈이나 엔젤 투자를 받고 나아가 M&A 혹은 IPO를 거쳐 exit하는 것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모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민간 투자 (벤처캐피탈, 엔젤투자 등)와 정부 지원이 함께 만들어가는 스타트업 생태계
얼마 전 ‘나랏돈·기관돈만 넘쳐나는 벤처투자..개미에겐 그림의 떡‘이라는 재미있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한국에 최근 스타트업 조성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데 벤처캐피탈 투자에 제약이 많아 실제 투자가 필요한 스타트업들, 특히 pre-seed, Seed, Early stage 의 스타트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기사 내용을 아래 조금 인용해 보겠습니다.
위에 언급한 업체 다수가 “VIK에 가기전 다른 제도권 벤처캐피탈 업체를 수없이 접촉했지만 아이디어만 있는 단계에서는 투자하지 않으려했다“고 말했다. “개발해서 들고 가면 그거 또 어디에 팔 수 있는지 검증되지 않으면 투자받기 힘들다“고도 했다. EWBM의 고위 관계자도 “VIK로부터 아이디어 단계에서 흔쾌히 투자를 받아 칩을 양산하는 단계에 이르게 됐다” 고 말했다.
정부의 벤처육성 정책에 맞춰 투자가 늘고있지만 여전히 목마른 곳이 있다는 증거다.

“아이디어만 있는 단계에서는 투자하지 않으려 했다”라고 기사에 나오는데, 아이디어만 있는 스타트업들은 미국에서도 벤처 캐피탈 투자를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창업자가 유명한 연쇄 창업자 (serial entrepreneur)인 경우는 예외겠지만요) 위에서 보셨듯이 이런 스타트업은 엔젤투자나 정부지원 제도 (SBIR과 같은)등을 알아보는 것이 맞겠지요.
정작 중요한 것은 ‘벤처캐피탈의 지원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Seed stage 혹은 Seed stage 이전 (pre-seed)의 아이디어만 있는 창업자들에게 자금 지원이나 투자가 이루어져서 더 많은 스타트업들이 Early stage 혹은 그 이후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가‘ 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2014년 투자 동향에서 보셨듯이 샌디에고 스타트업 Seed stage 쪽은 엔젤투자가 상당 부분 맡아주고 있고, Seed 및 pre-seed 단계는 SBIR이나 STTR과 같은 정부 프로그램을 통한 지원이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분야든 한 쪽으로만 인력이나 자금이 쏠리면 문제가 생기는데, 여기서는 자연스레 민간 투자자들과 정부 지원 프로그램 간의 역할 분담이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아래에서부터 자연스레 형성되고 발전해 온 “자생적 스타트업 생태계“의 힘이 아닐까요. 비단 샌디에고 뿐 아니라 실리콘 밸리, 뉴욕, 엘에이 등 미국에서 스타트업 경제가 활발한 곳은 다들 비슷합니다.
샌디에고 쪼박